암호화폐 거래소發 범죄 '여전'…출금지연은 양반, 잠적·파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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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9-03-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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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ㆍ기준 없어 자격미달 거래소 200여개 난립

  • 출금 거부ㆍ대표이사 실종 등 투자자 피해 급증

 

[그래픽=아주경제 DB]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오픈한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5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금액을 늘려 최근에는 5000만원 가까이 입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원화 출금이 지연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출금까지 정지됐다. 거래소인 줄 알았던 곳이 사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계좌로 원화를 입금한 탓에 계좌 입출금 자체가 정지됐고, 피해자와 조율 또는 채권소멸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해당 계좌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거래소에서는 출금 지연, 출금 정지는 기본이고 파산 선언, 대표이사 잠적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다. 암호화폐와 거래소 자체가 제도권에 포함되지 못해 투자자 보호 방안이 전무하고, 자격미달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신민수 올스타빗 대표이사의 재산 전액이 최근 가압류됐다. 거래소 대표의 재산이 가압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스타빗은 고객들이 수개월째 출금을 요청했지만 이를 지연시켰고, 지난해 12월 초부터는 출금을 아예 정지시켰다. 이 밖에도 임원진의 횡령, 장부거래, 시세조작, 공지 미이행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카브리오빗이라는 새로운 거래소를 설립, 올스타빗의 고액 투자자를 직접 만나 카브리오빗으로 옮기라고 권유하는 등 새로운 의혹을 만들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인 트래빗에서도 원화 입출금 정책을 지속적으로 변경해 고객 자산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수십명의 이용자들은 현재 자산 가압류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에는 유빗의 후신인 코인빈이 파산을 선언했다. 거래소 파산은 지난 1월 붐비트, 루빗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파산으로 인한 코인빈 이용자 4만여명의 피해 규모는 총 29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코인빈은 2017년 12월 170억원 규모 해킹 피해를 입은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을 인수한 업체다. 유빗은 앞서 같은 해 4월 55억원 규모 해킹이 발생한 야피존을 승계했었다. 즉, 야피존-유빗-코인빈으로 영업이 승계된 문제의 거래소가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생 거래소 퓨어빗이 투자금을 받은 뒤 돌연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탑비트의 김경우 대표는 지난 4일 유서로 추정되는 문자를 발송한 뒤 실종된 상태다.

결국 정부가 규제 자체를 방치하다 보니 거래소들이 자유롭게 설립되고, 이후에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비리나 불법행위들이 암호화폐와 거래소를 이용해 새로운 버전으로 변형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간사인 법무법인 광화의 박주현 변호사는 "암호화폐 및 거래소에 대한 규제나 기준이 없어 투자자보호수단과 보안이 현저히 미흡한 자격 미달의 암호화폐 거래소 200여개가 난립하게 됐다"며 "더 많은 피해자를 낳기 전에 정부가 금융기관과 사법기관 등을 통해 불법과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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