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장악한 유니클로…글로벌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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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3-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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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품질·최저가격' 기업 철학,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 스톡홀름 본격적 진출...영국 실패 전적 있어 성공 '글쎄'

  • 업계 관계자 "유니클로 미래 우려...기술발전 뒤처져"

[사진=Wikimedia]

일본의 중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는 일본의 10년 장기불황 속에서 홀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일본에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의류사업으로 해마다 전년도 매출을 뛰어넘으며 자라(인디텍스), H&M에 이어 세계 3위의 SPA(제조·판매 일괄) 브랜드로 성장했다.

유니클로는 일본은 물론, 한국·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이제 세계 제패를 외치고 있다.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유니클로가 아시아시장을 넘어 유럽·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최고 품질, 최저 가격'··· 야나이 회장의 경영 철학

유니클로는 일본 의류업계 1위다. 유니클로의 성공 배경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다. 야나이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작은 양복점을 10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의류 브랜드로 키워냈다. 이후 30여년이 흘렀지만 회사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덕분에 야나이 회장은 일본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세계 자산가들 가운데 2018년 한 해 동안 자산이 가장 많이 불어난 이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에 이어 야나이 다다시 회장을 꼽았다. 그의 총자산은 271억 달러(약 30조5000억원)로 1년 새 70억 달러 늘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올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일본 매출을 추월하면서 주가가 32%가량 상승했다.

야나이 회장은 30년 전 일본 의류 업계의 복잡한 중간 유통 체계를 깨고 소비자에게 더 이득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상식을 뒤집고 ‘최고의 품질을 최저의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기업 철학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니클로의 성공엔 브랜드 철학도 한몫했다. SPA업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자라, H&M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니클로가 내세우는 브랜드 철학 ‘라이프웨어’를 보면, 유니클로는 특정 소비자가 아닌 모든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즉, 국적·연령·성별을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옷을 추구한다. 기본에 충실해 남녀노소가 일상적으로 즐겨 찾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韓·中, 유니클로인터내셔널 매출 견인

유니클로는 2018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에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니클로인터내셔널사업이 크게 성장해 유니클로재팬 매출을 크게 넘어선 가운데 총 매출액도 처음으로 2조엔(약 20조1198억원)을 돌파했다. 총매출은 2조1300억엔, 영업이익은 33.9% 증가한 2362억엔에 달했다. 이 가운데 유니클로재팬 매출이 전년보다 6.7% 증가한 8647억엔, 유니클로인터내셔널은 8963억엔으로,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일본 매출을 앞섰다.

중국과 홍콩,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과 한국 시장이 유니클로인터내셔널 매출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회계연도에 75억 위안(약 1조2588억원)이었던 중화권 매출은 지난해 265억 위안으로 늘어났고, 같은 해 6900억원이었던 한국 매출은 지난해 1조373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침체된 내수 경기와 패션산업 성장 둔화에도 한국에서 유니클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유니클로의 콘셉트가 맞아떨어졌고, 유니클로가 모든 한국인이 선호하는 ‘생필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니클로는 중국에서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아 제품 품질을 강조하고 대도시 번화가의 대형 쇼핑몰 중심으로 매장을 옮기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아시아 넘어 유럽으로

유니클로는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에 매장을 열고 유럽 진출을 본격화했다. 야나이 회장은 스톡홀름 매장 개장식에서 “유니클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유럽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니클로가 유럽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일본에서 폴리에스터로 만든 후리스로 큰 인기를 얻자 그해 영국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유니클로는 영국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현지인(영국인)을 경영자로 고용해 영국식 기업조직을 구성했지만 계급사회의 모습을 띠는 영국에서는 수직적인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이후 유니클로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별반 힘을 쓰지 못했다. 유럽을 통틀어 매장 수는 75개, 북미의 매장 수는 52개에 달한다. 이는 한국이나 중국보다 매우 적은 숫자다.

◆유니클로 미래 우려도··· 왜?

유니클로가 유럽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패션산업의 구조변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정보기술(IT) 발전과 함께 유니클로를 위협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라와 H&M이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패션산업에 뛰어들며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나이키·아디다스 등과 같은 스포츠웨어 업체까지 기능성 생활 의류를 출시하면서 유니클로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특히 일본 온라인 의류 판매 사이트 조조타운은 최근 체형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보디수트 ‘조조수트’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면서 유니클로를 위협했다.

야나이 회장이 지난해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온라인 매출 강화를 위해 아시아·유럽 지역에 더 많은 매장을 오픈해 온·오프라인 동시 매출 활성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위기감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니클로는 현재 온라인 매출이 9%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2년 안에 온라인 매출 비중을 2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야나이 회장이 그간 추구했던 기업 철학으로 보면 유니클로가 또다시 혁신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유니클로는 기술 발전이 다른 브랜드보다 뒤처져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니클로가 온라인 매출이 절반이 넘는 SPA 브랜드나 지금까지의 SPA 모델과는 다른, 디지털에 특화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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