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스페셜 칼럼] 투명한 기부,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입력 2019-03-06 08: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사진=한국가이드스타]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기부금은 약 1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인 2016년 대비 약 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새희망씨앗, 어금니아빠 사건 등 연이은 기부단체 횡령사건으로 얼어붙은 기부문화를 생각하면 의외의 증가다.

지난해 기부단체의 투명성 및 효율성도 많이 좋아졌다. 국세청 결산공시를 토대로 한국가이드스타가 공익법인들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공시연도 2018년에 만점을 받은 공익법인은 143개로, 2017년 만점 법인 94개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악화된 기부환경에도 불구하고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기부금 증가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 자선지원재단인 CAF(Charitable Aid Foundation)에서 2018년 10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34점, 146개국 중 60위를 차지했다. 전년도에 비해 순위는 두 계단 상승했으나 점수는 그대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임을 감안하면 한참 부끄러운 수치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격차가 발생할까.

◆한국 기부 안하는 건, 사용처 불투명한 탓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로 1위다. 기부를 한 사람조차도 61.7%가 제대로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자기가 내는 기부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력에 걸맞은 만큼의 기부 순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수와 기부지수의 격차해소는 방법의 문제이지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지난 3년간 공익법인 투명성 및 효율성 평가를 진행하며 공익법인들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부자들의 권리를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정부도 공익법인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익법인회계기준 제정, 공익위원회 설립 추진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기부문화의 투명성 확보는 제도개선뿐 아니라 기술의 개발로도 가능하다. 최근 자선분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피델리티자선기금(Fidelity Charitable)은 2017년 암호화폐를 통해 69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2016년의 암호화폐 기부금은 7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거의 10배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그린피스·적십자 등도 암호화폐로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2017년에만 무려 3조3000억원이 모금되었다고 한다. 유엔의 경우 시리아 난민에게 직접 접근할 수 없자 홍채로 물건을 계산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를 지원금으로 보내기도 했으며, 요르단의 아즈라크 캠프에 있던 1만여명의 시리아 난민들에게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전자바우처 형태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투명검증 기술이 기부금 유용 원천방지

이보다 먼저 제도의 발전과 더불어 기술의 도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 사례로는 버스환승제도와 교통카드 개발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개발하고 나아가 같은 구간에서 버스환승 시 추가 금액을 내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교통난이 완화되고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지출을 줄여주었으며 대다수 국민이 현재까지 잘 활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제도 개선과 더불어 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가장 가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최근 잇따라 터진 기부금 횡령사건은 어려운 이웃에게 가는 손길마저 막아서고 있다. 누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검증되는 기술의 개발은 기부금 유용과 횡령을 둘러싼 오랜 비리에서 비영리분야를 해방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성실한 모금단체가 비영리분야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투명한 기부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공익법인들이 관련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는 공익법인들의 법 준수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부자들은 인정에 호소하는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모금광고만을 보고 기부하는 것을 지양하고, 한국가이드스타나 국세청의 정보를 통해 기부단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비교 판단하여 현명하게 기부하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제도의 개선과 기술의 도입으로 투명한 기부문화가 조성되고 어려운 이웃을 향한 나눔의 손길도 따스해지기를 기대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