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냉전체제 돌아가나"…실망과 충격에 빠진 하노이 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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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윤은숙 기자
입력 2019-02-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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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까지만 해도 긍정적 전망 다수…"평화의 도시 알리기를 바랬는데…"

 

 

JWA매리엇에 마련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몰린 취재진 [사진=하노이 특별취재팀 ]

28일 회담이 합의 결렬로 끝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난 뒤 한산한 JW매리엇 호텔 주차장. 회담전 주차장에는 경호차량을 비롯해 많은 미국 측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사진=하노이 특별취재팀 ]

 

28일 비백악관 출입기자 중 일부에게 나눠진 기자회견 참석 비표 [사진=하노이 특별취재팀 ]

 

평화의 도시 하노이가 충격에 빠졌다. 28일 오전까지만해도 하노이는 북미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를 바라면서 한껏 들떠 있었다. 정상회담 홍보를 위해 북한, 미국 국가를 꼽은 자전거 행렬이 시내 곳곳에서 돌아다녔다. 하노이 대학교에 재학중이라는 자원봉사 학생들도 밝은 표정으로 외국 취재진들에게 이날 저녁에 있을 축하 행사에 대해 설명을 했다. 

하노이 대학교의 자원봉사 그룹의 학생들은 "이번 회담이 잘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평화의 도시라는 하노이의 이미지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며 "하노이 시민들 모두 회담을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진들도 오전까지는 회담의 분위기를 낙관하는 듯 보였다. 백악관은 28일 오전 긴급 공지를 띄워 비백악관 출입기자들의 기자회견 신청을 받았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사전에 미리 허가를 받은 출입 기자들만 기자회견장 출입을 허가한 것과는 달랐다. 일부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회담 결과를 좀더 많은 이들 앞에서 과시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 실무진들은 오전 11시부터 사전 신청한 취재진의 목록에 기재된 기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한 뒤 시티투어 버스에 탑승시켰다. 11시 15분께 취재진을 실은 버스는 국제미디어센터(IMC)를 떠나 JW매리엇으로 향했다. 베트남 경찰차 한대가 취재진을 실은 버스 선두에서 교통을 통제했다. 취재진을 실은 차량이 하노이 시내를 통과하자 시민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매리엇 부근에 도착한 뒤 미국 백악관 관계자들은 철저히 보안 수색을 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후 1시께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속보가 속속 도착하면서, 취재진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1시 30분께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뒤 기자들 사이에서는 갖은 추측이 나왔다.

기자들은 특히 오찬이 취소됐다는 것이 좋지 않은 신호라고 보았다. 일부에서는 회담이 내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찬 취소는 국제 관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담이 결국 안좋게 결렬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결국 기자회견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의 문제로 이번 회담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취재진 사이에 나왔다.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냉전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기자회견장 내 외신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한 미국 외신기자는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좋은 협상'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협상이 깨질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콩 매체인 애플 데일리의 찬킨핑케니 기자는 "이번 회담을 끝으로 북한과 미국의 '친교시대'는 한동안 다시 열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도 있었고 준비도 있었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을 볼 때 앞으로의 상황도 회의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화의 도시'로 자리잡기 원했던 하노이도 충격에 빠졌다. 일부 시민들은 회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씁쓸한 얼굴로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택시기사인 응우옌치쭝 씨는 "회담 결과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안좋다.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줄 알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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