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트럼프 "제재 때문에 협상 결렬"…노딜 쇼크에 빠진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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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윤은숙 기자
입력 2019-02-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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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JW매리엇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하노이 특별취재팀 ]

 

28일 JW매리엇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하노이 특별취재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선언'이 무산됐다. '평화의 도시' 하노이는 실망과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날 협상 결렬은 오찬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취재진은 물론, 이번 회담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던 하노이 전체가 노딜 쇼크에 빠진 분위기다. 

◆굳은 표정으로 등장한 트럼프··· "제재 완화에서 합의 못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JW매리엇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예정된 시간을 다소 넘긴 오후 2시 15분께 도착했다. 다소 굳은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이번 행사를 열어준 베트남에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먼저 파키스탄과 인도 관계, 베네수엘라 사태 등 국제 현안에 대해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합의안에는 사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비판을 받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회담장을 나와야 한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선언 무산의 주요 이유로 '제재'를 들었다. 그는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면서 양국의 입장차가 컸음을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언론들이 비판을 해왔지만, 미국은 어떤 것도 북한에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폼페이오 장관 역시 "싱가포르 합의 이후에 더 많은 진전이 이뤄졌지만 끝까지 가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은 대규모지만, 이것을 해체하는 것이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요구한 것은 추가적인 조치였으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제재 완화라는 협상 레버리지를 버릴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언젠가는 줄일 것이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비핵화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의 핵시설 사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일정표는 없지만 북한의 핵 상황에 대해 미국이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면서, 성공적인 사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 지속 여부,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 코언 청문회 등의 질문에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이 계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비용이 매우 비싸다고 응수했다. 그는 "훈련을 중단했던 것은 수억 달러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너무 비싸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엄청난 돈을 들여 다른 나라를 보호하고 있다면서, 잘사는 나라들을 지켜주기 위해 미국이 돈을 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방문했다 사망한 웜비어 사건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도 웜비어 사건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그 일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이며,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발언"이라면서 "미국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회담 개최 가능성에 현재 상황에서 말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오찬 취소 소식 전해지면서 기자단 술렁 

백악관은 28일 아침 비백악관 출입기자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오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현장 기자들에게 접수를 받았다. 오전 11시부터 모인 수십명의 기자들을 실은 버스는 JW매리엇 호텔로 향했다. 대부분의 취재진들은 회담장을 향하면서도 이번 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기자들을 실은 버스가 움직이면서 하노이 시민들도 환호하면서 기자단 행렬을 반겼다.

그러나 JW매리엇 호텔에 도착하기 전 기자들 사이에 오찬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기자단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당초 오후 3시 50분으로 잡혔던 기자회견이 오후 2시로 당겨졌다는 공지가 전달됐다. 

매리엇 호텔에 도착한 뒤 기자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 언론사의 기자는 "이미 예정된 점심까지 취소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양국 정상 간의 합의가 쉽지 않았다 하더라도 식사까지 무산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전날까지 정상회담 개최에 들떠 있던 하노이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평화의 도시가 좋은 결과를 내기를 원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할 말이 없다"면서 인터뷰를 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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