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유현준 건축가 "학교를 바꾸는 건 사회를 바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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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2-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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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 한번 여러분이 학교를 다닐 때의 학교와 지금 학교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삐삐와 벽돌 폰은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흑백 TV는 스마트TV로 바뀌고 자동차는 무인자동차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의 학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는데요. 학교가 왜 바뀌어야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실텐데요.

이번 유현준 건축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가 바뀌어야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유현준 건축가]


Q.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이 학교 구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대부분 학교에 대한 정책을 신경 쓰고 구조에 대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건축 공간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던 거 같아요.

“그냥 건축공간의 실내면적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게 어떤 공간구조가 됐을 때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고민인 거 같아요. 그게 제 역할인 거 같아요.

그런 걸 자꾸 얘기를 해서 1000평짜리 학교가 있다고 하더라도 네모난 박스모양의 1000평짜리 건물과 다양한 공간이 있는 1000평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런 차이점들에 대해서 제가 말씀을 드리고 그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학교의 건물 역시 학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게 거의 없는데 그렇다면 유현준 건축가께서는 학생 참여식의 건축물 제작 및 건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A. 그런 게 당연히 좋죠. 근데 일의 순서를 보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새롭게 신도시가 만들어졌을 때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고 거기에 새롭게 학교가 만들어지는데 학교를 설계하는 시기가 빈 땅에 불도저로 도로를 만들 때 설계를 해야 돼서 누가 이사 올지를 모르는 거예요.

어떤 학생이 다닐지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를 만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사실은 그게 문제인거죠. 만약에 그 아파트에 아이가 이미 이사를 왔고 학생들이 있는 상태에서 바꾼다고 하면 그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 될 텐데 그때는 건물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건 인테리어 수준밖에 안 되는 거예요. 사실은 내가 들어갈 학교를 내가 의견을 내려서 하기는 힘들어요. 왜냐면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의견을 냈더니 완성이 되면 중학교로 올라가 버리는 거예요.

그런 일이 허다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내가 들어갈 학교를 내가 디자인하기는 힘들텐데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채널로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가 무엇인지를 듣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건 필요할거라고 보고 그게 교육부에서 할 일이고 제가 얼마 전에 교육부 장관님과 만나 뵙고 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얘기를 해서 공간을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바뀌어 나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Q. 아직 우리나라에서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잡스와 같은 창의적인 인재들이 나온 적이 없는데 그것도 학교 건물의 영향이 크다고 보시나요?

A. 저는 영향이 크다고 봐요. 물론 여러 가지 산업과 경제구조의 문제들도 있지만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대기업의 횡포로만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고, 창의적이지 않은 교육방식에서 볼 수도 있고, 공간구조가 아이들을 전체주의자로 만드는 것도 있는 거 같고, 입시위주의 학교 교육도 문제고, 직업양성소 같은 학교가 되는 것도 문제고 이런 여러 가지 이유의 복합적이라고 봐요.

분명히 그중에 하나의 요소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전체 주위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만약 유현준 건축가님께서 전국에 있는 학교의 리모델링을 유현준 건축가님께서 하신다면 어떠한 형태의 학교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A. 저는 마을 같은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하나의 큰 4층짜리 건물에서 아이들이 생활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스머프마을 같이

교실을 2~3개씩 묶어서 주택 같이 만들고 그 앞에 조그만 마당이 있어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마당에서 놀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학교건물에도 하나씩 이름을 붙여줬으면 좋겠어요.

‘3학년4반’ 이런 느낌보다도 옛날에 우리 선조들을 보면 경회루, 광화문처럼 이름을 지어줬는데 이름을 모두 세글자로 지어줬는데 사람 이름이 세글자라서 그런 거거든요.

그래서 “건물과 인격적으로 교감을 하라”는 뜻으로 건물에도 인격체처럼 대접을 하는 거예요. 작은 주택만한 사이즈에 마당도 있고 이름이 있는 집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Q. 건축가는 사회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의 삶의 목표와 함께, 직접 체감한 걸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건축가는 그렇게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왜냐면 대부분 다 다른 사람이 주는 돈으로 건물을 짓는 거잖아요.

“내가 돈 10억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쓸래?” 그럼 이걸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생각을 할 거 아니에요. “동그란 게 훨씬 좋습니다”하면 설득을 하는 거고요. 그런 건물을 지었을 때 같은 돈을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내주는 사람이고, 그거에 대해서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죠.

그 건물 안에 있는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그 건물 안에 있으면서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바깥에서 쳐다보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 건물에 들어선 가게 때문에 가게 앞에 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도 엄청나게 영향을 미쳐요.

그 부분에서 건축가가 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건축가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이 많은데 해결책이 없을까요?

A. 사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건축가들이 많지 않아요. 사회적 책임과 이 공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하면서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은 대한민국 전체 건축가의 1%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급급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 건물을 짓게 되는데 그렇게 되는 이유가 결국에는 제대로 된 설계비를 잘 못 받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되게 적은 설계비를 받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 없는 거죠.

이 사회가 좋은 공간에 살고 싶으면 건축가들에게 제대로 된 건축가들을 보는 눈을 키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건축을 보는 눈을 키워야 되는 거고 제대로 된 건축을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돈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된다는 거예요.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좋은 건축을 해서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으면 돈을 지불 해야죠.

그런데 우리의 가치체계는 아직까지 무형의 보이지 않는 건축가가 만들어내는 디자인이나 이런 거에는 돈을 쓰려고 하지 않아요.

내가 비싼 대리석을 바르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만 좋은 건축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그리고 좋은 디자인을 하는데 쓰는 돈은 “뭐 그거 머릿속에서 나오는 건데 적게 돈 받고 해도 되지 않아?”라는 얘기들을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데 에다가 돈을 쓰는 사회구조가 됐을 때 비로소 젊고 재능 있는 학생들이 건축계에 몸을 던질 거라고 보거든요.

지금은 국민이 건축을 대하는 수준이 낮기 때문에 제대로 된 건축 관련 일자리가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그쪽으로 잘 가지 않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이 다 지고 있는 거예요.

Q. 최근 고급 승용차 광고를 찍으셨는데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대한 생각을 말씀 부탁드릴게요.

A. 현재 우리나라 대중의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는 거 같긴 해요.

아직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가 고급 승용차 광고에 나오는 것보다 “건축가라는 사람이 되게 럭셔리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 같고 ”건축가라는 직업이 예전에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고 있는 거 같기도 한데 제 개인적으로는 ”건축가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들어내고 디자인하는 건물이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직접적으로 사람의 행복과도 직결되어 있거든요.

우리가 의사선생님들은 “나를 건강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직업의 정의가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건축가’ 그러면 “건물 짓는 사람이다”이게 아니라 “건축가는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직업의 정의가 다르게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Q. 우리나라에서 창의적인 인재 즉, 가우디나 스티브잡스와 같은 그 분야에서의 천재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요. 전체적으로 우리는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우디의 건물을 보면 굉장히 독특하고 기존에 없었던 것을 하는 사람이고 스티브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도 기존에 없었던 산업을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기존에 없던 걸 하려면 다른 걸 해야 되는데 우리는 다른 걸 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일단 틀렸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남들이 했던 걸 해야 되고 누구나 다 서울대 입학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S(서울대)K(고려대)Y(연세대)에 가야만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대학에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그렇게 해서 성공한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대학에 안가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이 잘한다고 응원해주고 그래야 되는데 그걸 보고서 “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다른 길을 가는 걸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풍토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예술가라던지 뛰어난 과학자라던지 기업가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젊을 때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이 해 보라고 조언하신 적이 있는데 경험담을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가?“를 생각하면 잘하는 일을 해야 되는데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은 남들한테 지기 싫은 일이어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시험을 반 애들보다 못 봤을 때는 자존심이 별로 안상했어요. 나는 원래 그렇게 반에서 수학을 제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근데 미술시간에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애가 있으면 열 받는 거예요. 그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예요.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가 제일 잘하고 싶은 것,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근데 그건 결국에 어려서부터 해온 거면서 많은 칭찬을 받았던 것들이에요.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데, 내 자존감이 되는 것이거든요.

내가 성적은 떨어지더라도 미술은 우리 반에서 제일 잘하는 아이였다든지 글씨는 내가 제일 잘 쓰는 아이였다든지 그런게 한 두 개씩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자존감을 세워주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자존감에 상처를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들보다 못했을 때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들을 찾으라는 얘기예요.

Q. 앞으로 유현준 건축가의 건축물들이 사회 그리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면 하시나요?

A. 사회를 좀 더 화목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어떠한 건축물들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A. 대한민국의 공립학교를 바꾸고 싶어요. 초 중 고등학교나 유치원 같은 공립 교육시설들을 다양성이 있는 쪽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모든 국민들이 12년 동안을 지내고 나오는 공간인데 그 학교라는 곳이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국민이 키워져 가는 인격형성기에 자기들만의 사회를 경험하는 곳이고 거기서 배웠던 경험들이 그대로 사회에 나와서 아 사회에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면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거든 .

학교에 건축공간구조가 바뀌는 건, 결국은 그 사회를 바꾸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엄청나게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학교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책임져나갈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이 사회는 이미 너무 복잡해져 있기 때문에 어느 도시 하나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미학적인 관점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되고 화목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학적으로 접근을 해야 된다고 봐요.

도시는 미학적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려면 기본적으로 자기가 생각할 때 아름답고 화목하고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어요.

한쪽에는 개발업자의 입장이 있고 한쪽에는 소상공인의 입장이 있고 사용자들의 입장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입장이 있는데 그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옳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의 자세가 창의성의 기본이라고 보거든요.

내가 맨날 네모난 모양으로 일을 하다가 동그랗거나 세모나거나 별모양도 가능하다는 걸 받아드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된다고 봐요.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도 되어 봐야 되는 거고 그걸 객관적으로 너무나 성급하게 옳다 그르다를 초반에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유현준 건축가와 ]


여러분 혹시 이번 유현준 건축가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학교의 구조가 학생들이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많은 공감이 됐는데요.

이번 유현준 건축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 정책과 함께 학교 구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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