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은의 손에 잡히는 부동산] 반포3주구 조합장은 왜 '불탑'을 사수하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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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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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건설부동산부 윤지은 기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사로 내정된 현대산업개발의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조합 측은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계약서가 우리 조합에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조합 입장에선 불리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의문이 든다.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에 있어 '시간은 곧 돈'이다. 현대산업개발과 본 계약만을 앞둔 조합 처지에서는 이제와서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보단 웬만하면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하는 편이 나을수도 있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이 수의계약으로 선정된 터라 조합이 새로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선 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보면, 반포3주구의 재건축은 조합이 예상한 기간보다 늦어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원들이 "무조건 현산 아웃"을 외치는 이유는 뭘까. 반포3주구 조합원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조합장과 조합장을 위시한 몇몇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A씨는 "조합장과 몇몇 조합원이 강력히 요구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분양업체를 따로 선정하게 해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감재를 원하는 대로 넣어달라는 것"이라며 "이들은 1억원을 호가하는 독일산 최고급 주방가구 ‘불탑’을 꼭 넣어달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불탑. 언뜻 절간이 연상될 만큼 낯선 이름이지만 고급 아파트에선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다. 실제로 재작년 현대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전용면적 168㎡ 이상 아파트엔 불탑을, 135㎡ 이하엔 이탈리아산 명품 주방가구 ‘보피’를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반포3주구 등 강남권 아파트가 최고급 마감재를 사수하려는 이유를 두고 개발비용을 높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냔 추측도 나오지만 A씨는 새로운 가설을 내놨다.

A씨는 "우리나라에 불탑을 수입하는 업체는 단 한 곳인 걸로 알고 있다. 불탑이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비싼 값에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불탑 유통 업체가 자사를 선정한 사람에게 모종의 보답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본인의 추측이 단순히 '넘겨짚기'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7일 총회 참석 인원이 당초 공개된 내용과 달라 조합장을 마냥 믿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선정 철회를 위한 총회가 열렸을 때, 총회를 추진한 조합 측은 총회 참석 인원이 857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회 요건인 812명을 훌쩍 넘긴 인원이다. 그런데 이들은 총회 후 2주 남짓 된 지금 실제 참석자 수는 815명이라고 말한다. 일부 조합원들과 현대산업개발은 815명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총회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A씨, 그리고 A씨와 뜻을 같이 하는 조합원들 모두 굳게 믿고 있는 '소문'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최흥기 조합장이지만, 그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뭐 하나 명확한 게 없다. 국토교통부의 수사의뢰 때문이 아닐까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반포3주구는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용역업체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를 두고 "입찰 보증금이 들어 있는 통장을 현대산업개발이 묶어놔, 조합에 가용한 돈이 없어 (조합장이)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것도 추측일 뿐이다. 조합장은 언제쯤 입장을 밝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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