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로 힘만 커진 의결권자문사 못 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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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1-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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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의결권자문사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탁자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 덕분에 영향력을 키웠지만, 그에 걸맞은 객관적인 역량은 못 갖추었다는 것이다. 의결권자문사는 주요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에게 찬·반 의견을 내놓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토종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해마다 매겨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CGS가 2018년 ESG 등급을 부여한 주요기업 771곳 가운데 B 이상을 받은 회사는 전체에서 68%를 넘어서는 526곳에 달했다. 이에 비해 C나 D를 받은 회사는 245곳으로 32%도 안 됐다. 3곳 가운데 2곳 이상이 '매우 양호' 또는 '양호' 평가를 받은 셈이다.

문제는 지배구조 논란을 일으켜온 회사마저도 버젓이 A 이상을 매겼다는 것이다. KCGS가 A를 부여한 회사는 전체에서 약 7%에 해당하는 51곳이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지주(ESG 등급 A+) 경영진은 '셀프연임' 논란을 낳았었다. KT&G(A)도 경영진 인사로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였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얼마 전 KT&G 인사에 대해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 주력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도 나란히 A를 받았다. 역시 비슷한 이력을 가진 CJ그룹과 SK그룹, 한화그룹 계열사에도 줄줄이 A가 부여됐다.

공분을 샀던 한진그룹 계열사가 받은 점수도 나쁘지 않았다. 한진과 대한항공이 나란히 B를, 한진칼만 C를 받았다. 이에 비해 한진그룹은 '땅콩회항'과 '갑질폭행', '탈세' 논란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거센 요구를 받았었다.

등급을 제대로 매기지 않으면 ESG 펀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KCGS가 내놓는 ESG 등급은 한국거래소에서 산출하는 ESG 테마지수 구성에도 쓰인다. 높은 ESG 등급을 받고도 주가가 추락하면 지수 신뢰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KCGS가 ESG 등급을 해마다 한 차례만 매기는 점도 다시 짚어 보아야 한다. 2018년에는 4~6월 평가를 거쳐 7월에만 등급을 부여했다. 이런 식으로는 변수가 생겨도 그때그때 반영하기 어렵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의결권자문사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대해서도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었다"며 "데이터 오류나 불투명한 평가를 어떻게 규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의결권자문사 신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얼마 전 이를 골자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의결권자문업을 영위할 법적 근거가 없고, 자문능력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기관투자자로부터 자문수수료를 받고 의견을 제시해주는 의결권자문사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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