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방송시장에도 포용적 거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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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1-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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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희 숭실대 교수

김용희 숭실대 교수.[ ]


포용(包容)이란 사전적 의미로 남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들임을 뜻하며,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핵심 기조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요즘 기업들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 중 하나로, 모든 거래 행위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 전략이 있다. 특히 이 전략은 동반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큰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원청 대기업이 원가절감을 위해서 하청 중소기업 거래처의 거래 단가를 쥐어짜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원청 대기업의 성장 기반을 저해한다는 이론으로, 이미 학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에 속한다. 즉, 하청업체에 적정한 이윤과 안정적인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하청업체의 경쟁력을 활성화시키고, 또 해당 원청업체와의 신뢰성을 증대시키며, 이는 결국 원청 대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방송시장의 콘텐츠 거래를 살펴보면 이런 포지티브섬 전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사는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 및 성장으로 인해 시청률 감소, 상대적인 콘텐츠 경쟁력 저하, 이를 통한 광고 수익 감소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는 자신의 콘텐츠들을 유통해주는 플랫폼 사업자들을 압박하여 재송신료를 인상하려고 하고 있다.

지상파는 기본적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이 시청해야 하는 방송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상파 중 KBS는 국민들에게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의 성격을 갖는 준조세(準租稅·quasi-tax)로 TV수신료를 받고 있다. 한 달에 2500원을 받고 있는데, 연간 약 60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유료방송의 한 달 TV수신료가 7000원에서 2만원 사이이며, 지상파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재송신료로 받는 금액이 채널당 400원으로, KBS만 가정하면 한 달에 국민들로부터 최소 3000원 이상 수금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에 다른 지상파 역시 통신사들이 수조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소유하는 황금 주파수 대역을 국민의 공익·공공성과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무료로 가지고 갔으나, 이 주파수를 이용하여 직접 수신하는 비율은 전체 국민의 7%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중간광고 허용, 광고총량제 등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부여된 공적책무를 과연 이행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혜택을 통해 지상파들이 생산해 내는 콘텐츠들의 대가가 이미 지불되었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해당 프로그램 대가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재송신료를 높이는 것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상파 콘텐츠의 시청률을 감안하면 지상파 이외의 방송사(종편, 일반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 대가가 적정하게 산정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가격 경쟁을 통해 시청료를 높일 수 없는 유료방송사들의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지상파가 지속적으로 재송신료를 올리다 보면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다른 방송사의 대가를 줄이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다른 방송사들의 피해로 전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상파 외 방송시장과 동일한 광고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결국 지상파 3사의 재송신료 인상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더불어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시대에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 자원을 지상파에 몰아주는 결과가 예상돼, 결국 장기적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편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 지속되어 콘텐츠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미 국민들에게, 그리고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부여받은 지상파들은 어렵다고 호소만 하지 말고 자기 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부여한 책무를 이행하는 게 급선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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