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을 두려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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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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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뱅크]


시중은행들의 '실패작'으로 여겨졌던 모임통장을 카카오뱅크가 살려냈다. 은행들은 카카오뱅크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달 7일 자정 기준 모임통장 이용자 수는 103만4380명이다. 출시 한 달 여만에 이룬 성과다.

모임통장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친목·여행 등을 목적으로 돈을 함께 모으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사실 모임통장이라는 개념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용자가 거의 없었다. 모임통장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어떻게 모임통장 심폐소생에 성공한 것일까.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카카오뱅크의 노력의 결실이다. 그 결과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시중은행의 경우 모임통장에 가입하려면 해당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뱅킹서비스 가입, 공인인증, 추가 앱 설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바로 모임통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수신에 도움이 된다. 한 명이 모임통장을 만들면 적게는 한 명에서 100명이 카뱅에 돈을 입금하게 된다. 또 모임통장 이용자들은 모두 카카오뱅크의 잠재 고객이기도 하다.

모임통장 사용자 이모(33) 씨는 "모임통장 때문에 카카오뱅크를 처음 사용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앱이 가벼워서 놀랐다"며 "입출금 통장을 개설한 후 적금 상품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모임통장 흥행에 놀라면서도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13일까지 약 한 달 간 모임통장 가입 고객 전원에게 이모티콘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딱히 모임통장이 쓸 일이 없더라도 이모티콘을 받을 목적으로 모임통장을 개설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무료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오픈카톡 등에서 모임통장 정보가 공유됐다. 때문에 모임통장 개설 후 실제 사용 여부는 다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모임통장은 잔액, 이체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회비 '먹튀'를 막을 수는 없다. 모임통장에 있는 돈을 모임주가 인출할 때 모임원들의 동의를 받는 형식이 아니다. 인출을 한 후에 모임원들에게 별도의 알림도 가지 않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모임통장 출시 하루 만에 1만5000좌가 개설됐는데 한 달 내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졌으므로 이모티콘 이벤트 때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또 모임통장은 총무나 계주가 관리하는 돈을 모두가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먹튀는 은행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4000만명의 국민이 사용하는 카톡이라는 플랫폼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단톡방을 통해 모임을 운영하면서 모임통장을 통해 회비를 관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리브똑똑, 우리은행의 위비 등은 카톡에 대항해서 만들어진 대화형 플랫폼인데 사실상 실패한 거나 다름 없다"며 "카뱅은 카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카톡과 연동한 금융상품을 만들 경우 마케팅적인 면에서 대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임통장으로 카카오뱅크의 저력을 확인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카뱅의 흥행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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