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처럼…대기업들, 수평적 조직문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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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12-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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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무정년 제도 도입·상대평가 폐지…LG도 실용·수평적 문화 담긴 '뉴 LG' 비전 선포 예정

  • 전문가들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10년 뒤 미래 준비 어려워"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사진=각 사]


재계가 최근 조직문화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식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통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사기를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SK하이닉스는 우수 엔지니어의 경우 정년과 관계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또 세대, 직위와 무관하게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기술사무직 전 직원의 호칭을 '테크니컬 리더', '탤런티드 리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TL'로 통일한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20년에는 상대평가 제도 또한 폐지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9월 해외 혁신기업 문화 체험을 위해 실리콘밸리 현장을 방문한 직원들이 내놓은 방안을 토대로 구성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물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또한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딥체인지'는 이를 통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그룹의 최고경영진들이 자리한 CEO 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딥체인지를 이끄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며 인적자원 제도의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LG그룹 또한 새로운 조직문화 구상에 분주한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그룹 전면에 나섰다. 취임 이후 현안 파악에 집중했던 구 회장은 내년 신년사를 통해 '뉴 LG' 비전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계 일각에서는 실용주의와 수평적 조직문화가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임원인사에서도 순혈주의 타파를 전면에 내세웠다. LG화학의 경우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지주회사인 (주)LG 또한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신설조직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에는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수혈했다.

구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 공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쳐 스타트업을 겪은 바 있어 실리콘밸리 문화에 익숙하다. 실제로 구 회장은 사내 구성원들에게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대표'로 불리고 있다. 임직원들과 눈높이를 함께하며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혁신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컬처혁신'을 선포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사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를 목표로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혁신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특별상여금 지급 기준을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직원에게만 기본급의 400% 규모의 특별상여금이 지급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소비자가전(CE)와 무선사업(IM) 부문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를 반영해 올해는 CE와 IM 부문에도 기본급 100%를 지급하면서 DS 부문에는 최대 500%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DS 부문 안에서도 메모리사업부(500%)와 비메모리 분야(300%)의 상여금 수준을 나눴다. 성과주의 기조 아래에서도, 구성원들의 사기를 골고루 진작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였다는 게 사내의 대체적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계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따라 구성원 관리 또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병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기업들은 요즘 몰입형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교수는 "단기적인 성과로 상대평가 하는 기존 대기업 시스템 안에서는 임직원들이 10년 뒤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며 "최근 국내 인재들이 잇따라 중국 기업으로 향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줄이고 대신 통제와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 인사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구성원들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몰입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조직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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