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여행지-겨울]서천8경 문헌서원 "솔숲서 힐링하고 전통호텔서 텃밭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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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효 기자
입력 2019-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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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숲 산책 후 전통 밥상에서 식사, 1575년 지어진 후 불 타고 훼철되는 등 아픈 역사 간직

솔숲 사이로 비쳐지는 문헌서원 [사진=문헌서원 제공]

서울 용산역에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를 타고 3시간쯤 가면 충청남도 서천역에 도착한다. 서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지나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느끼게 할 한 건물을 볼 수 있다. 바로 서천8경 중 하나인 문헌서원(文獻書院)이다. 서원이란 조선시대에 성리학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지방에 세운 사학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작은 지방대학에 해당한다.

문헌서원은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 있다. 고려 말의 대학자인 가정 이곡(稼亭 李穀)과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난 1575년(선조 8년)에 한산군수 이성중과 지방 유림들이 뜻을 모아 효정묘(孝靖廟)라는 사당을 짓고 이곡과 이색을 배향(配享, 학덕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사당 등에 모시는 일)했다. 현재 문헌서원은 효정묘가 처음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있다.

이후 문헌서원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효정묘는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없어졌다. 1610년(광해군 2년)에 한산 고촌(枯村)으로 옮겨 복원하고 다음 해 1611년에 광해군은 문헌서원(文獻書院)이라는 현판을 내려 문헌서원은 사액서원(賜額書院)이 됐다. 사액서원은 조선시대 국왕으로부터 편액(扁額)과 서적, 토지, 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을 말한다.
 

문헌서원 전경[사진=충청남도 서천군청 제공 ]

문헌서원은 1871년(고종 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 훼철(毁撤)된 후 1969년에 뜻 있는 유림들에 의해 지금의 위치에 복설(復設)됐다. 2012∼2013년 서천군과 중앙정부의 문헌서원 전통 역사마을 조성사업에 의해 지금의 위치에 중건(重建)됐다.

현재 문헌서원은 이러한 아픈 역사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다. 이곡, 이색, 이종덕, 이종학, 이종선, 이맹균, 이개, 이자 등을 배향하고 있는데 매년 음력 3월과 9월 중정일(中丁日)에 제향을 한다.

문헌서원에 가면 “한 번도 안 가볼 수는 있어도 한 번만 가볼 수는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보면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

문헌서원 뒤에는 울창한 솔숲이, 옆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다. 솔숲 길에서 ‘천년솔바람길’ 산책을 하며 솔숲과 마을 길, 역사 유적지와 문학작품 배경지 등을 걸으며 보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오랜만에 시골 동네에 놀러 온 같은 한가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문헌서원 전경[사진=충청남도 서천군청 제공 ]

천년솔바람길에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문헌서원→이종선 효자비(이색의 3남)→문헌서원 옛터(고촌마을, 서천군 한산면에 있음)→농민문학가 박경수 생가→월남 이상재 생가→봉서사→문헌서원 코스가 제일 무난하다. 걷고 들어가서 보는 데 4∼5시간 정도 걸린다.

◆무료로 관람 가능, 일대 넓이 1만9847㎡

문헌서원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일대 넓이는 1만9847㎡다. 관람시간은 3∼10월은 평일과 주말, 공휴일 모두 오전 9시∼오후 6시다. 11월∼2월은 오전 9시∼오후 5시다. 휴관일은 1월 1일, 추석(음력 8월 15일), 설날(음력 1월 1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이다. 관람시간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할 수 있다. 
 

문헌전통호텔[사진=문헌서원 제공]

문헌서원 내 모든 지역은 취사·흡연 금지 구역이다. 반려동물은 입장할 수 없다. 문헌서원 내에선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의 통행이 금지된다. 시설물을 훼손하면 훼손자가 변상해야 한다.

문헌서원에 있는 진수당에는 우암 송시열이 현판의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진 ‘문헌서원’이라는 네 글자가 걸려 있다. 글자들이 형형히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판각에는 이곡과 이색의 ‘가정집’·‘목은집’ 문집판이 보관돼 있다. 장판각에는 오래된 묵향이 가득해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감상에 젖는다.
 

문헌전통밥상 식사[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이색의 영정이 있는 영당을 지나면 문헌서원 옆으로 멀찌감치 이색의 묘소도 보인다. 묘소는 너른 잔디가 펼쳐진 언덕에 있다. 풍수적으로 그 위치가 빼어나다. 달빛을 받은 묘소는 밤에도 무섭지 않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문헌서원에 가면 전통 한옥에서 하는 숙박도 가능하다. 문헌서원 안에는 문헌전통호텔이 있는데 문헌전통호텔은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문풍지가 정겨운 문들과 툇마루, 햇볕이 잘 드는 마당에 있는 항아리들 하나하나에서 옛 가옥의 푸근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채마다 객실을 두 개만 배치해 조용하고 여유 있게 쉴 수 있다. 숙박하지 않아도 정자 등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세면도구와 수건 등은 본인이 지참해야 한다. 식사 주문은 전일 오후 2시까지 사전 예약해 주문해야 가능하다. 따뜻한 구들장에서 단잠을 자고 맞는 아침에는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 정갈한 8∼10첩 반상을 받아 볼 수 있다. 점심과 저녁에도 이런 반상으로 식사할 수 있다.
 

천년솔바람길 산책[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문헌전통호텔의 문헌전통밥상 운영철학은 △신선한 재료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밥상 △텃밭에서 채취한 신선한 재료들로 자연산 제철 음식을 만들어 내는 힐링 밥상 △어머니의 베푸는 마음가짐으로 만드는 전통 장류와 신토불이 음식으로 만든 밥상이다.

문헌전통밥상에서 음식을 담아내는 도자기 그릇은 도예작가 이세용의 작품이다. 수저는 독성이 없고 항균·살균 효과가 탁월하며, 휘거나 잘 깨지지 않고 변색이 적으며 쓸수록 윤기가 나는 방짜유기 제품을 사용한다.

입실시간은 이용 당일 오후 2시부터다. 퇴실시간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다. 예약인원 외 추가 인원 발생 시 미리 문헌전통호텔 측에 알려야 하고 무단 인원추가 시 퇴실조치한다. 기본정원(2~4명) 외 2명까지 초과입실이 가능하다. 서천군 장항읍·서천읍·서면에 가면 여러 다른 맛집들이 있다.

◆문헌서원 외 다른 서천8경 여행도 좋은 추억거리

문헌서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문헌전통밥상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으면 다른 서천8경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마량리동백나무숲은 서천군 서면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다. 1965년 4월에 지정·관리되고 있다. 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마량리동백나무숲의 동백꽃 피는 시기는 3월 하순이다. 바닷가의 언덕 동쪽자락에서 500년 수령(樹齡)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마량리동백나무숲의 명소는 숲의 언덕마루 전망 좋은 곳에 세워져 있는 중층누각 동백정이다. 동백정에 오르면 동해 같은 서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동백정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와 어우러진 서해에 황혼이 물드는 풍경을 보기 위해 사진작가들 등 많은 사람이 오고 있다.

금강하굿둑 철새도래지는 서천군 마서면에 있다. 400여리를 흘러온 금강이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금강하구에선 매년 겨울이면 40여종 50여만 마리 철새의 장관을 볼 수 있다. 큰고니, 가창오리, 청둥오리, 개리를 비롯한 오리류와 기러기류 등이 월동한다.

서천의 금강하구는 우리나라에서 철새를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철새탐조 최적지로 세계적으로도 보전돼야 할 중요한 생태지역이다.

한산모시마을은 서천군 한산면에 있다. 민족의 혼이 담긴 전통 한산 세모시를 만날 수 있다. 한산모시는 옷감에서 풍기는 단아하고 청아한 멋과 함께 올이 가늘고 촘촘하며 까끌까끌한 질감이 살아있어 시원하며, 입었을 때 날아갈 듯 가볍고 고급스러운 게 특징이다.

한산모시마을 안에 있는 한산모시관에 들어서면 모시짜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명인들을 만날 수 있다. 문헌서원에서 한산모시관까지는 걸어서 빠르면 40분이면 갈 수 있다.

한산모시관은 한산모시를 처음 생산했던 건지산 기슭에 모시각, 한산모시 전시관, 토속관 등의 시설을 갖춰놓아 서천의 전통문화와 한산세모시 제작 과정을 알 수 있게 했다. 이 외에도 한산면에는 한산소곡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 많다.

희리산자연휴양림은 서천군 종천면에 있다. 국내 유일 천연해 송림이다. 산 전체가 해송으로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간직하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수종별 고유향기를 맡을 수 있는 숲속의집과 해송림, 저수지가 빼어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경관도 아름답다.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서해를 관망할 수 있고 전시관과 야생화관찰원, 버섯재배원, 무궁화전시포 등의 교육시설이 있다. 연중무휴로 개방한다.

천방산은 서천군 판교면, 문산면, 시초면에 걸칠 만큼 산자락이 넓고 큰 서천 제일의 산이다. 산이 험하거나 거칠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다정함을 느끼게 한다. 동서남 방향으로 7개의 봉우리가 둘러쳐져 있고 동남북 방향이 훤히 트여 시원한 경치를 자랑한다.

천방산 정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서 있는 봉우리들은 남으로 가면서 5개의 봉우리를 더하며 마치 병풍을 친 것처럼 아늑하다.

정상에 오르면 낮은 산과 그 아래 논밭과 아득한 마을의 풍경이 저수지와 함께 그림처럼 펼쳐져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이 외에 서면에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겨울 바다를 보거나 신성리 갈대밭을 걷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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