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비관론에 번지는 'R의 공포'…'최악'은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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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2-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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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옵스펠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성장둔화 가속 경고에도 경기침체 가능성 일축

  • "경기침체 예상 어려워" '내년 3월 고비론'도…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파장 경계

경기침체 우려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모리스 옵스펠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경기진단은 꽤 비관적이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다. 그는 세계적인 성장둔화가 예상보다 심해질 것 같다면서도 경기침체(recession) 우려, 이른바 'R의 공포'는 일축했다. 옵스펠드는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경기 비관론도 '심상치 않지만, 아직 최악은 아니다'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물론 시장에서는 심상치 않은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가 및 유가 급락,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등 불길한 조짐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WSJ "침체 경고등 아직 안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시장이 아수라장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등이 아직 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UBS 증권의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이 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40년간 40개국에서 일어난 120건의 경기침체를 분석했다. 이들은 소비지출, 주택가격, 은행대출, 수입, 생산성, 고용 관련 지표에서 침체 전조를 읽었는데, 미국·유로존·일본에서는 아직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아렌드 캡타인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세계 경제의 급격한 성장둔화(sharp slowdown)는 몰라도, 경기(확장)주기의 끝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예로 생산성과 소비지출은 경기침체를 앞두고 성장세가 둔화하는 게 보통인데, 미국에서 관련 지표는 최근 오름세를 띠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고용시장이 수십년 만에 최고 활황을 보이고 있고, 유로존에서는 투자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 눈에 띄는 침체 조짐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탈리아는 적자 예산안을 놓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은 게 화근이 됐다. 이 여파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금리)이 치솟았다. 때문에 이탈리아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분기 연속 역성장은 곧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영국 경제가 내년에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무질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엽적인 우려가 배경이 됐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경기침체 지표에도 아직 빨간불이 켜지지 않았다. 일련의 경제지표를 근거로 한 미국의 1년 내 침체 가능성은 21%에 불과하다. 주가와 장기 국채 금리 등 금융시장 움직임까지 반영한 지표가 가리키는 침체 가능성도 36%에 그쳤다.

브루스 캐스먼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이윤폭 감소도 경기침체의 전조 가운데 하나로 보지만, 올해는 이윤폭이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WSJ에 "성장둔화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근본적으로 경기확장 지지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캐스먼은 3~5년 사이에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은 높지만, 적어도 향후 12개월 안에는 위험이 낮다고 진단했다.

◆"침체 예상 어려워"··· "내년 3월 고비" 경고도

문제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미리 간파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전문가들의 경기침체 예상력이 형편없었다고 꼬집었다. 최근 침체 신호가 구체적이지 않아도 방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 거시경제학자인 프라카시 라운가니가 2014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경기침체 49건 가운데 1년 전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일치로 예측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1990년대 발생한 60건의 경기침체 중에도 1년 전에 예견된 건 2건에 불과했다.

비관론자들은 최근 주식, 채권, 상품(원자재) 등 세계 주요 자산시장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뒷걸음친 것이나, 이 여파로 투자자들이 변동성에 저항력이 큰 방어주 등에 몰리고 있는 게 전부터 위기의 전조가 됐다고 지적한다.

WSJ는 내년에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붙일 악재가 한둘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경제지표가 아무리 멀쩡해도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무역전쟁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와 이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통화긴축, 주택시장 등 자산시장의 이상과열 우려 등 돌발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인터넷 경제매체 쿼츠는 내년 3월 세계 경제가 '전면적인 폭풍(total storm)'에 직면할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내년 3월 1일에는 90일간의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끝난다. 미·중 무역협상 미국 측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서 대중 무역전쟁 휴전 시한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시한은) '엄연한 최종시한(hard deadline)'"이라며 "90일이 끝나면 (유예된) 관세들이 오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거세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내년 3월 29일은 브렉시트가 공식 발효하는 날이기도 하다.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최종안 승인 여부와 관계 없이 영국은 내년 3월 29일자로 EU를 떠나야 한다. BOE는 이미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의 충격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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