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FO 체포, 격양된 중국...외교부 "석방하라", 언론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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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12-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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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외교부 캐나다 대사 초치 "즉각 석방 않으면 엄중한 대가"

  • 환구시보 "멍완저우 중대 범죄자 취급, 인권침해이자 인격모독"

  • 화웨이 공격에 들끓는 중국, "물러서지 않겠다"...애플 등 보이콧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프로필이 6일(현지시간)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 컴퓨터 화면에 비치고 있다. [사진=AP/연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 간 만남에서 화해의 조짐을 보였던 양국 관계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로 다시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은 물론 관영언론은 연일 격양된 목소리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자 CFO를 맡고 있는 멍완저우(孟晩舟)의 석방을 요구하며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성명을 통해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멍완저우 체포와 관련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 부부장은 "미국의 요구를 이유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환승을 하려던 중국인을 체포한 것은 중국인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침해한 것이자 법을 고려치 않고 도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인간의 정으로도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멍 CFO의 즉각적인 석방으로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하며 캐나다에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협박조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지난 6일에도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에 엄정한 교섭을 요청했으며 구금자를 즉각 석방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명확한 이유없이 사람을 구금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캐나다 당국은 지난 1일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멍 CFO를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했으며 곧 미국에 인도할 예정이다. 시장은 이를 두고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에 이어 화웨이가 또 다른 미국의 제재 타깃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꺼낸 협상 카드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화웨이와 ZTE가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라며 오래전부터 경계하고 화웨이를 향한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경고음을 잇따라 내보내왔다. 이에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경제는 물론 안보적 측면까지 모두 고려해 화웨이에 칼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언론도 미국과 캐나다의 행보를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9일 또 사평을 통해 멍 CFO 체포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캐나다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멍완저우에 대한 캐나다의 거친 행보,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멍 CFO가 지난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으며 폭력적이고 인격모독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다"면서 "공항에서 구치소까지 이동시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고 병원을 가고 다시 구치소로 돌아올 때도 수갑을 채웠으며 법정에서 심문을 받고 교정센터로 돌아올 때는 수갑은 물론 족쇄까지 채웠다"고 밝혔다.
 
신문은 아직 유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 범죄자를 대하듯이 그녀를 대우한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짓밟고 개인의 인격을 모독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심지어 멍 CFO가 올해 5월 갑상선 이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고혈압 증상도 있어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당국이 필요한 건강검진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캐나다는 법과 제도,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가 아니냐"며 반문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중국 사회가 크게 놀랐으며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이러한 행동은 전 세계에 매우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환구시보는 지난 6일 사평을 통해 "미국은 화웨이의 국제적인 신용을 훼손해 화웨이 제품을 사지 못하게 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중국의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고 보다 굳건한 의지로 미국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SNS 계정인 협객도(俠客島)는 "미국이 또 다시 패권주의를 제대로 보여줬다"면서 "미국 국내법은 국제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중국 내부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빈과일보 등 홍콩 매체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멍 CFO 체포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 불매를 지시했다. 일부 기업은 회사 설비 및 자가용 구입시 미국 제품을 사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에게는 보너스를 감액하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이 겨우 무역전쟁 해결의 물꼬를 튼 상황에서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하면서 배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나는 법무부로부터 전달을 받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대통령에게 모든 내용을 시시콜콜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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