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한파, 12월 ‘분수령’]키는 누가...‘탄력근로제 확대’ 경사노위, ‘광주형 일자리’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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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8-12-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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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력근로제 확대, 경사노위 존립 흔들

  • 광주형 일자리, 첫 단추부터 잘못

정부가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각각의 노동 현안 해결에 키를 쥐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광주시 협상단이 암초를 만나 출항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광주형 일자리 성사 여부는 광주시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 속에 노사 간 입장 차가 여전한 데다, 시행 시기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논의를 앞두고,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지난달 22일 경사노위 출범 1주일 만에 파행 위기를 맞은 것이다.

같은 날 이용섭 광주시장과 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가 광주형 일자리 논의를 위해 처음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다음 날(1일) 민주노총은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진보 사회·노동단체 1만5000여명이 거리로 나온 대규모 민중대회를 열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의 반(反) 노동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이날 민중대회는 2015년 11월 박근혜 정부 때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이후 3년 만이고, 진보세력이 결집한 대규모 시위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늦어도 연내 처리가 예견됐던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노사정 광주형 일자리 협상 [사진=연합뉴스]


◆탄력근로제 확대, 경사노위 존립 흔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지난 7월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작용의 보완 장치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단기간 프로젝트가 집중되는 IT업계나 특정 기간 내 물량이 집중되는 제조업처럼 업종별로 주 52시간을 전제로 근로시간을 조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했다. 이후 여야는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근로자 임금이 감소하고 과로사 등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를 경사노위 판단에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사노위 논의를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처리를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여·야·정이 합의한 대로 이 법안을 연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할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위원 구성을 놓고 노사 간 파열음을 낸 것이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논의 한번 해보지 못하고 사회적 대화기구로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광주형 일자리, 첫 단추부터 잘못

광주형 일자리는 연간 10만대의 1000㏄ 미만 경차·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생산공장을 지어 일자리 1만1000개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현재 광주시를 중심으로 구성된 투자유치추진단과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는 △임금 수준 △근로시간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에서 이견이 크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동계는 광주시에 전권을 위임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가 노동계에 끌려다니며 노사 간 중재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노사 양측의 협약서에 적힌 ‘주 근로 44시간, 연봉 3500만원’이 협상의 기준이 돼 버려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의 경우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1일 8시간 주 40시간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주 44시간은 상위법 위반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당초 협약과 달리 주 40시간으로 협상에 나섰다.

반면 현대차는 주 40시간 근무가 기준이 될 경우, 나머지 4시간은 특근비를 따로 지급해야 돼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고 반대한다.

적정임금은 애초 완성차 공장 노동자 평균 연봉 9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4000만원 정도로 논의됐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는 협상 과정에서 초임 노동자의 평균 연봉을 3500만원 선으로 합의했고, 노동계는 저임금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노동계는 ‘주 근로 44시간, 연봉 3500만원’ 기준으로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채 광주시에 최종 결정을 전임했다.

광주시로는 중재력 한 번 발휘해 보지 못하고 전권이라는 부담만 떠안게 된 셈이다.

특히 광주시가 현대차에 제안했던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조항도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당초 취지는 노사별로 ‘상생노사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협의회에서 결정한 사항은 최소 5년간 유효성이 보장되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조항을 5년간 임금을 동결하거나 노사 협상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광주시와 노동계는 투자협상단 회의에서 이를 삭제했다.

이후 현대차는 5년간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조건이 바뀌지 않고 노사갈등 우려가 없다는 점을 높이 사 협상에 임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돼 버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합의문 조항이 협약서 초안과 달리 노동계 의견이 너무 많이 반영됐고, 광주시가 여기에 동조하면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며 “노동계 제시안을 광주시가 들고 나온 상황에서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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