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현대상선 자율협약 조기 종료는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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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11-2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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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 갈수록 희박


KDB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조기 종료시키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됐다. 워크아웃 종료 이후 경영정상화 속도가 둔화됐던 금호타이어를 떠올리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이 혈세 낭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번 달 자율협약 종료로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체결한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 약정'을 종결했다. 애초 예정된 2021년 6월보다 2년 넘게 앞당긴 것이다. 
 
원래 약정대로라면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졸업할 수 없다. 올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는 등 경영정상화와 거리가 먼 탓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부실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제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율협약을 종료시켰다. 
 
이 같은 방식은 과거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킨 것과 유사하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도 아직 경영정상화를 완전히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영업력 강화를 위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산업은행 측은 선순환을 위해 기업의 걸림돌을 먼저 제거해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업은행 스스로 부담을 키운 꼴이 됐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졸업 뒤에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더블스타에 매각되기까지 산업은행은 최대주주로서 자금 지원 등 각종 부담을 떠안고 가야만 했다. 
 
현대상선 역시 산업은행의 책임이 커지고 있는 반면 구조조정 자체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도박'에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은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수익성 악화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는 이유다. 
 
근원적인 문제는 수익성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최근까지 지적된 현대상선 임직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새나가는 돈'을 막는다고 바닥까지 떨어진 영업력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결국 현대상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 20척을 갖추도록 대출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라는 의미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선박 20척은 2020년부터 유럽 항로에 12척, 2021년부터 미국 항로에 8척이 배치된다.

그러나 배가 늘어난 만큼 화물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빈배가 늘어 관리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운임이 저렴한 화물을 시기적절하게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부 의존도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사실상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경험이 미숙하기 때문에 결국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도맡아서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며 "실패할 경우 산업은행에 상당한 비난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한 국적 선사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기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 책임자인 산업은행이 강력하게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적자(3699억원)를 합치면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쌓였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4068억원)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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