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의 중소기UP] 왕자여야 살아남는데, 공주가 돼야 하는 여성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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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18-11-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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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업부 오수연 기자 ]


"여성 창업자들에게 해줄 조언이요? 남성스러운 이름을 가지세요" 최근 한국을 방문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친누나이자 전 페이스북 마케팅 이사 랜디 저커버그가 기자와 만나 꺼낸 말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동생 못지않게 성공한 여성 사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랜디 저커버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는 이름이라며 유머러스하게 조언했다. 랜디는 미국에서 남성이 주로 사용하는 이름으로, 상대 업체에 메일이나 제안서 등을 보낼 때 남성이 보냈다는 느낌을 줘 다른 여성 대표에 비해 미팅이 쉽게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그의 기조강연을 듣던 중 지난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이날 김 의원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한 '창업, 신데렐라를 찾아라!'라는 여성창업경진대회의 명칭을 지적했다. 주체적으로 꾸준히 노력해왔을 여성 창업자를 반짝스타이자 의존적인 여성의 상징인 신데렐라에 비유한 것은 여성 창업자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국내 여성 기업 관련 지표가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남성 대표가 이끄는 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을 비롯해 여러 업종에 고르게 분포하는 남성 기업과 달리 여성 기업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 집중돼있다. 남성 기업과 비교해서 5년 생존율도 낮다. 개인기업 위주여서 전체 법인기업 중 여성 기업 비중은 9.9%에 불과하다.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참여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을 좇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기형적인 구조다.

중기부는 여성기업활동 촉진 기본 계획을 마련해 판로 확대, 자금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 다방면으로 지원에 힘쓰고 있다. 정책의 혜택을 보고 있는 여성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여성기업 우대정책이 긴요한 시점이다. 개별 사안에 대한 대응이 아닌, 기업 생태계 전반을 살피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날 국감 현장에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김삼화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강한 공감을 표시했다. 홍 장관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중기부의 여성 기업 정책이 내년에는 조금 더 섬세한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업자는 신데렐라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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