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한·중 증시 동조화에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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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11-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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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주식시장 동조화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이 살아나야 우리 주식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시각이 많기는 하다. 반대로 두 나라 간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될 것"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3307.17에서 2679.11으로 19%가량 하락했다. 그나마 지수는 최근 1개월 사이 G20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로 소폭 올랐다.

그래도 긴장감은 여전하다. 이달 말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초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얼마 전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포럼이 대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기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세계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APEC 회의에 트럼프 대통령 대신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행로를 바꿀 때까지 미국도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품에 부여하는 관세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던졌다.

물론 양측은 사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으로 미국 다우지수가 현지시간 16일 오름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역분쟁은 결국 패권 다툼이기 때문에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도 "단기적인 성과가 나올 수는 있어도 길게는 30~50년까지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구체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환율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4월쯤에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중국이 이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경제적인 양보를 내놓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중국 증시는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실타래가 도리어 꼬인다면 중국 금융시장은 더욱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칼자루는 미국 쪽에서 쥐고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이익을 챙기려고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카드로도 무역분쟁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역분쟁이 실물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에 있다는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수출지표는 무역분쟁 이후에도 나빠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것도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내 코스피·코스닥 반등 가능성은

그렇다면 연말 우리 주식시장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코스피는 올해 들어 2467.49에서 2092.40으로 15%가량 빠졌다. 중국 주식시장처럼 우리나라도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자료를 보면 코스피와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는 10월 말 사상 최고치인 0.92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증권사도 내년 예상지수 하단을 1900선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약세 역시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는 악재다. 위안화 약세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얼마 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김영익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원·위안 상관관계도 상당하다"며 "이는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중국보다 덜 하락할 수는 있겠다. 안유화 교수는 "내년까지는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 증시 조정기가 오고 있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건전성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정유신 교수는 "가계부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부채를 잘 관리하는 편이라 다른 신흥국보다 안정적"이라며 "특히 반도체 업종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서 소장은 한국과 중국을 같은 시장으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우연히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시기가 겹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중 증시 동조화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 경제가 계속 나빠진다고 하지만 실제 지표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줄어든 적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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