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광군제는 되고 코세페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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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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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박성준 기자]
중국 최대의 쇼핑행사인 광군제(光棍際)가 화제다. 광군제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매년 11월 11일 진행하는 쇼핑행사다. 광군은 해당 날짜의 1이 여러 개 늘어선 모양을 묘사해 '솔로'라는 의미다. 2009년 조그마한 이벤트로 시작했던 광군제는 올해로 10년째다.

화제가 된 배경에는 매년 광군제가 기록하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액이 있다. 광군제는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매년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는 2135억 위안(약 34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매출 1682억 위안(약 27조3000억원)보다 27% 더 성장했다. 10년 전 매출액 5200만 위안(약 85억원)과 비교하면 4100배나 커졌다.

광군제에 참여하는 브랜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에는 75개국의 1만9000여 해외 브랜드가 참여했다. 한마디로 광군제는 세계의 장터가 됐다.

광군제는 불과 10년 만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더불어 세계인을 사로잡는 쇼핑행사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내수시장과 잘 갖춰진 물류‧결제 인프라가 결합돼 이뤄낸 성과다. 명성을 떨칠수록 더욱 많은 상품과 소비자가 모여들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은 더 높아졌다.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가 명성을 떨치자 국내에서도 부랴부랴 비슷한 행사를 만들었다. 한국은 정부가 주도해 매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또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유통업체들은 광군제를 전후해 대규모 세일행사를 펼친다. 하지만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다.

타국의 행사에 억지로 시기를 끼워 맞춘 탓에 잘될 리가 없다. 국가 간 유통구조도 다르고 인프라도 차이 나기 때문이다. 광군제의 성장에 힘입어 한국 상품도 인기라고 한다. 올해 광군제에서는 한국 상품이 중국인 해외 직접구매 순위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결국은 남의 나라 잔치다.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 몇몇 회사들의 주가도 별다른 반등이 없다. 상품이 몇 개 더 팔린다고 해봐야 들러리 신세에 불과한 셈이다. 많은 판매수익과 수수료는 행사를 주최한 알리바바가 독차지한다.

단순히 광군제의 엄청난 매출액이 부러워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거인의 식사량이 일반인보다 많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능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규모의 차이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실정에 맞는 소비축제를 기획해야 한다.

유통업은 제조업과 달리 수출하기 대단히 어려운 산업이다. 현지의 텃세도 심하고 다양한 법적 규제에 민감한 부분이 많다. 유통업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광군제와 같은 콘텐츠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된다. 구태여 해외의 비싼 부동산을 매입하고 번거롭게 건물을 올리지 않아도 행사만 잘 기획하면 다양한 해외손님이 인터넷으로 찾아온다.

한국은 콘텐츠가 많은 나라다. 해외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필요는 없다.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유통업계 전체가 힘을 합쳐 지금부터 세계를 사로잡는 쇼핑축제의 개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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