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선의 워라밸 워치] 직장인 칼퇴근 일등공신은 ‘짧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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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11-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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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롯데, 회의시간 절반...PPT 없애고 30분 내외로

  • 현대카드, 1장짜리 보고서로 대체...종이낭비도 줄어

직장인들이 가장 피곤해 하는 것이 지리하고 긴 회의다. 긴 회의는 퇴근 시간을 지연시키는 주원인이 되곤 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신세계에 근무하는 영업전략팀의 신나라(가명·35) 대리는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머리를 싸매야 했던 회의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과거 ‘월요병’을 부르던 아침 회의는 당초 예정시간인 30분을 훌쩍 넘겨 한 두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죠. 월요 회의 때문에 지난 주에 못다한 업무들이 계속 연기돼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올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월요 회의는 아예 없어지거나, 부득이 해야 하는 경우도 3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팀별 회의실 이용 횟수도 대폭 줄었습니다. 일주일 평균 3회에서 1.5회로, 평균 회의시간은 기존 1~2시간에서 30분~1시간으로 절반 가까이 짧아졌습니다.

대신에 사내 메신저를 통한 상사의 업무지시는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업무지시가 있어 업무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회의가 없어지니 업무 효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게 신 대리의 귀뜸입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논의가 오가야 하는 ‘회의 시간’ 입니다. 우스개소리로 ‘회의 자체가 회의스럽다’는 게 요즘 젊은 직원들의 하소연입니다.

주 35시간을 시행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애용하는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은 아예 회의시간에 PPT(파워포인트)를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대신 워드나 엑셀, 이메일로 한두장 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하는 게 전부라고 합니다.

이 덕분에 PPT 디자인에 소용되는 시간이 줄어 업무 본질은 높아졌다고 합니다. 회의시간이 짧아진 것은 당연한 효과였죠. 정 부회장은 직접 자신의 SNS를 통해 “PPT를 없앤 결과, 연간 5000만장에 달하는 인쇄용지 소모가 대폭 줄었다”고 뜻밖의 효과를 체감했다고 전했습니다.

롯데물산도 최근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회의시간을 대폭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상무님은 PPT 대신에 보고서를 내랬더니 직원이 A4 1장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기가 막혔는데, 그게 20장짜리 요란한 PPT보다 더욱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고 전했습니다.

각 기업마다 회의시간을 줄이는 노력 덕에 직원들은 불필요한 업무가 줄고 칼퇴근도 가능해졌습니다. 회의시간 마다 젊은 직원들이 매번 도맡아야 했던 커피 심부름도 줄었습니다. 이른바 ‘꼰대 문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겠죠.

비단 회의시간 단축 뿐만 아니라 PC 셧다운제, 집중 근무시간 운영, 불필요한 하위 업무 없애기 등으로 각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워라밸을 방해하는 야근 문화를 없애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최근 본사 야근율이 기존 32%에서 0.3%로 대폭 줄었다고 합니다. 대신 퇴근 후 사내 피트니스 이용자수는 하루 14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짧은 회의’는 직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밸을 앞당긴, 소소하지만 확실한 묘수인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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