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비빔밥은 젓가락 보다 숟가락으로 비벼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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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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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비빔밥은 밥 위에 볶은 고기와 여러 나물을 올려 비벼 먹는 밥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장 한국적인 요리로 꼽힌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음식을 비벼 먹는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익(李瀷)은 음식을 주제로 쓴 시에서 “비벼서 먹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읊었다.

'비벼서 먹는다'는 게 이익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비벼 먹는 다양한 음식의 존재로도 확인할 수 있다. 밥뿐만이 아니라 국수도 비비기 때문에 비빔국수가 발달했고, 국에다가 이것저것 넣은 후 밥을 말아 먹으니 국밥이 생겼다.

조선시대 순조와 헌종 때 실학자로 이름을 떨친 이규경도 비빔밥을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오늘날 우리도 쉽게 만나기 힘든 여러 가지 비빔밥(골동반)이 나타난다. ‘비빔밥, 채소비빔밥은 평양 것을 으뜸으로 친다. 다른 비빔밥으로는 일종의 회덮밥인 갈치·준치·숭어 등에 겨자 장을 넣은 비빔밥, 구운 새끼 전어를 넣은 비빔밥, 큰 새우 말린 것, 작은 새우, 쌀새우를 넣은 비빔밥, 황주(황해도)의 작은 새우젓갈 비빔밥, 새우 알 비빔밥, 게장 비빔밥, 달래 비빔밥, 생호과 비빔밥, 기름 발라 구운 김 가루 비빔밥 등이 있다.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고 진미로 여긴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회덮밥은 보통 일본 음식이 한국화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규경의 글을 보면 오히려 겨자장 비빔밥에서 발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말린 새우와 새우가루를 넣은 비빔밥, 갓 구운 전어로 비비는 전어 비빔밥, 김을 기름에 재워서 구운 후 가루를 내어 비빈 김 비빔밥까지 보이니 우리나라는 실로 비빔밥 천국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빔밥은 지역에 상관 없이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전주의 비빔밥이 유명하다. 전주비빔밥은 뜨겁게 데워진 유기그릇에 담겨 밥상에 올려진다. 손님이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먹도록 하기 위해서다. 볶은 소고기가 들어가는 전통비빔밥과 생고기가 얹히는 육회비빔밥이 일반적인데, 돌솥에 뜨거운 비빔밥이 담긴 돌솥비빔밥도 고령층을 중심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비빔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요리사의 솜씨 못지않게 먹는 이의 정성도 중요하다. 젓가락으로 저어야 밥이 잘 섞이는 것으로 일부 알려졌지만 숟가락을 이용해 정성껏 비벼주는 게 깊은 맛을 즐기기에 더 좋다고 한다. 또, 비빔밥에는 맑은 장국을 곁들이고 기호에 따라 볶은 약고추장도 곁들인다. 밥은 양지머리를 곤 맑은 국물로 고슬고슬하게 지으면 좋고 나물을 그릇에 색스럽게 돌려 담고 밥을 따로 담아서 내놓아도 좋다. 비빔밥의 특징은 여러 가지 영양소를 함께 섭취한다는 데 있겠으나 나물의 종류를 계절과 색깔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 있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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