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간의 욕망에 희생되는 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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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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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마하슈트라주 정글 일대에서 사살된 벵골 호랑이 'T-1'. [사진=AFP·연합뉴스]


최근 지구촌에서 야생동물 사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을 반드시 사살해야 한다는 의견과 야생동물을 그렇게 만든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사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마하슈트라주 야마트말 지역 주민 13명을 물어 죽인 ‘식인 벵골 호랑이’ T-1(별명 아브니)이 대대적인 포획작전 끝에 사살됐다. 그러자 동물보호단체는 T-1 사살을 두고 ‘야생동물 범죄’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 PETA는 “아브니는 피에 대한 사냥꾼의 욕망 때문에 불법적으로 사살된 것”이라며 T-1의 방어태세에 대해 “(아브니는) 새끼를 보호하려 했을 뿐이다. 어느 어미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T-1의 죽음을 반겼다. T-1이 2016년부터 들판 등에 출몰해 지역 주민을 공격하고, 죽이면서 그간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에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삶이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들판에 나가 원래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T-1의 사살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은 “호랑이의 특성상 연약한 인간 사냥의 맛을 알면 계속 인간만 사냥하게 된다. 사람을 죽인 호랑이는 사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 되듯 야생동물도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식인 호랑이 ‘T-1’의 사살은 인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T-1이 인간의 서식지에 출몰하고, 공격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결국 인간의 욕망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최근 인도가 추진한 호랑이 보호 정책으로 2006년 1411마리에 불과했던 호랑이의 수가 현재 2500마리까지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개체 수와 달리 서식지는 점차 축소됐다. 이로 인해 호랑이들이 먹이를 구하고자 전용 보호구역을 탈출해 민가로 내려오는 사례가 늘었다. T-1의 인간 공격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9월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사살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멸종위기종인 퓨마의 성급한 사살에 동물보호단체는 분노했고,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사살만이 답이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야생동물에 의한 위협과 인간의 욕망에 희생당하는 야생동물을 줄일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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