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피(P)와 로또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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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11-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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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P)가 뭐예요?"

올해 5월 부동산부 기자가 되고 한 첫 질문이다. 부동산부의 저연차 기자들은 으레 복덕방을 돌면서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세와 집값 향방을 파악하곤 한다.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피(P)가 3억 넘게 붙었어"라는 복덕방 사장님의 말에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사장님, 피가 뭐예요?"라고 되묻자 사장님은 "프리미엄"이라고 짤막하게 답할 뿐이었다. 이해를 못한 내가 질문을 더 하려고 하자 그는 '피도 모르는 니가 무슨 부동산 기자냐'는 표정으로 귀찮다는듯 손을 내저었다.

피는 프리미엄(Premium)의 준말이다. 웃돈이라고도 한다. 네이버 부동산용어사전에 따르면 프리미엄은 '분양권 혹은 분양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액을 의미'한다. '낮은 분양가격과 높은 시장가격 간에 괴리가 커서 프리미엄이 형성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된단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짓기 전에 미리 아파트값(분양가)을 정한 뒤 살 사람들을 모은다. 아파트를 완전히 올리기까지는 대략 3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 3년간 상승한 아파트의 가격을 '피'라고 한다. 이때는 아파트는 없으니 분양권을 사고 파는데, 3억원에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권 값이 1년 뒤 5000만원이 뛰었으면 피는 5000만원인 셈이다.

없는 거를 파는 점에서 공매도와 유사하나 매도자가 주식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공매도와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분양권을 사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최초 매수자는 청약당첨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지만 어쨌든 '될' 아파트를 잘 골라서 묵혀두기만 하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지역에서는 마피(마이너스 피)가 속출한다. 무(無)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요즘 무시무시한 '마피'에 대한 걱정없이 과감하게 청약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시장이 열렸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로또분양' 열기가 그렇다.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가 되레 프리미엄을 보장하는 안전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최근 로또분양으로 주목 받은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은 수억원을 지닌 현금부자만 도전할 수 있는 금수저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주거 사다리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공매도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주가 하락세의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하는 '눈덩이 효과(snowfall effect)'를 발휘해서다. 공매도 물량 폭탄을 맞는 순간 주가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단숨에 사라지고 주가는 빠르게 하락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분양가 상한제, 정책목적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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