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브라질채권이 알려준 복리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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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입력 2018-11-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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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친구 S는 나와 함께 2015년 3월 27일 처음 브라질 채권을 샀다. 당시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356원이었다. S는 만기까지 8년가량 남은 채권을 1억원어치 매입하였다.

이런 얘기를 들은 다른 친구들은 손사래를 쳤다. 그전에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거다. 그래도 안 살 수 없었다. 브라질 채권은 금리만 13%에 달했을 뿐 아니라 세금을 한푼도 안 물렸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채권을 산 지 6개월가량 지나자 헤알화 환율은 약 20% 하락한 280원대를 기록했다.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브라질 뉴스가 넘쳤다.

"더 사야지."
"뭐?"
"만기에도 손실이 나면 나랑 같이 브라질 가서 살다 오자."

S는 황당해하고 궁금해했다. 똑같이 손실을 보고 있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니 그랬을 거다. "아직 6개월밖에 안 지나 못 느끼겠지만 수익률이 10% 이상일 때 복리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더 안 살 거면 그냥 잊고 지내." S는 그때 더 살 엄두를 못 냈다. 대신 금융사에 다니는 친구를 반신반의하면서 잊고 지내기로 했다.

헤알화 가치는 꾸준히 요동쳤다. 2017년 한때 매입 환율보다 높은 377원을 찍었다. 반대로 올해 9월에는 26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나 브라질 채권 더 샀어."
"앗, 나도. 이제 걱정 안 되는 모양이지?"
"네 말이 맞았어. 복리라는 게 엄청나더라."

S는 불안한 마음으로 증권사 지점으로 달려갔었다고 한다. 헤알화가 다시 폭락하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명세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환율이 20% 넘게 떨어졌지만, 채권 평가액은 1억1800만원이었다. 원금보다 2000만원 가까이 많았다. S는 그제야 3년 전 내가 해준 말을 이해했다. 달려간 지점에서 브라질 채권을 추가로 산 이유다. 물론 전처럼 6개월마다 이자 전액을 브라질 채권에 재투자하는 식으로 계약했다. 안 좋은 브라질 뉴스는 여전히 쏟아졌다. 그렇지만 환율은 다시 300원대로 솟구쳤고, S는 볼 때마다 싱글거린다.

우리는 모두 복리효과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결정에서는 복리효과를 빼놓기가 일쑤다. 나는 이를 '착시'라고 부른다. 만약 복리 13%로 10년 동안 투자하면 만기 때 원리금은 원금보다 3.4배가량 커질 것이다. 누구나 계산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브라질 채권도 마찬가지다. 10년 후 헤알화 가치가 반쪽이 되어도 원리금은 1.7배로 불어나고, 환산 수익률도 5.5%에 달한다. 즉, 어지간한 환율 변동은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가치투자자다. 모든 투자에 원칙을 정하고 그대로 적용한다. 10년 후 헤알화 환율이 160원으로 떨어지는 상황까지도 가정한다. 이런 경우에도 수익률이 연 복리로 5%를 넘어야 투자하는 것이 내 원칙이다. 두 달 전 280원 아래로 떨어진 헤알화 환율은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S가 당시 내 계산처럼 정확하게 채권을 늘려 놀랐다.

요즘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주식도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때처럼 복리 계산식으로 적정 매수가격을 잡을 수 있다. 워런 버핏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채권성주식' 투자법과 같은 이치다. 평소 적정가 내지는 고가로 판단했던 많은 종목 주가가 이제 사도 좋을 만큼 하락했다. 저평가된 주식과 채권을 담는 혼합형 펀드를 느긋이 준비하고 있었는데 급해졌다. 자산가격이 저평가되었을 때 그 자산을 많이 담을 수 있는 펀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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