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생지옥' 사이판... 고립된 한국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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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입력 2018-10-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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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해외로 떠나던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이 잇달아 경보음 또는 진동 메시지 알림을 냈다.

이날 폭염이 예상되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긴급재난문자’였다. 긴급재난문자는 폭염, 홍수, 태풍, 폭설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국민안전처에서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으로 보내는 긴급재난 문자를 뜻한다.

폭염을 피해 해외로 간다는 안도감 등 당시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일부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긴급재난 문자가 온다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때로는 본인과 관계없는 문자가 들어온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긴급 재난문자가 평창올림픽을 찾은 선수와 언론인, 관람객 등 수천명에게는 공포와 혼란 또는 단순히 짜증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내용의 긴급재난 문자가 쏟아지자 이들은 어떻게 대응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답답해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NYT에 따르면 지난 2월 둘째 주에만 평창 일대에서 최소 14건의 긴급재난 문자가 들어왔고, 강릉 올림픽파크 일대에는 같은 달 14일 하루에만 8건의 긴급재난 문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슈퍼 태풍 '위투'(Yutu)가 태평양의 미국 자치령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를 강타한 지난 25일(현지시간) 이후 재난 대처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또 한 차례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등에는 정부가 ‘현지의 생지옥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며 귀국 방안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주를 이뤄 올라왔다. 실제 당시 위투가 북마리아나 제도를 휩쓸면서 사이판공항이 폐쇄돼 이곳을 오가는 하늘길이 모두 폐쇄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항공 등 국내 6개 항공사에서 위투로 인해 결항조치된 항공편수는 총 32편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국적기를 이용해 사이판을 찾은 한국인 1800여명이 현지에 발이 묶였다. 지난 27일 군 수송기가 긴급 투입된 뒤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국민 161명을 사이판에서 괌으로 수송하고, 현재는 민·관이 현지에 남은 한국인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현지에서 정전과 단수 등으로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말 개인이 위급할 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투로 인해 지금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현지의 어려운 사정과 함께 현지 영사관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현지에 체류 중이라고 주장한 한 사람은 “영사관에서 문자 한 통도 없었으며 항공사에 전화를 해보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비난했다.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티웨이 항공사 측 공지에 의하면 11월 말까지 비행기 운항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데, 한국영사관은 당장 도움을 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는 내용 등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당시 정부가 민·관과 협력해 현지 한국인의 대처 요령과 숙식을 비롯한 생존방안, 향후 대응 방침 등을 제대로 전달만 했어도 이 같은 불편한 말들을 듣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정부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긴급재난 정보의 전달과 관련해 새로운 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 믿는다. 한 해 외국을 찾는 내국인은 지난해 기준으로 2500만명이 넘는다.

사이판 국제공항의 민항기 운항은 28일부터 제한적으로 재개한다. 다만 외부에서 민항기를 이용해 일반인이 사이판에 들어오는 것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허용되지 않으며, 일주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남은 우리 국민들이 건강하게 귀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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