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만 볼건가요…합천의 '오색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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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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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제대로 맞은 합천

  • 황매산 황금 억새물결에 반하고 가야산 소나무 숲길 심신 힐링

  • 오도산 아침 주황빛 일출 장관…빼어난 운무 자랑하는 합천호

  • 함벽루서 퇴계 이황의 풍류 만끽

경남 합천 황매산 일대에 펼쳐진 억새군락. [사진=노경조 기자]


"합천에 가면, 해인사도 있고, 억새군락도 있고, 오도산도 있고···"

경상남도 합천군은 가야산 자락에 위치한 해인사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국보 제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하는 명소다.

다만 서울에서 자가용이나 버스로 달려 4시간 이상, KTX를 타면 2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합천에 와서 해인사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지역의 70% 이상이 산지인 만큼 합천에는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산들로 가득하다. 봄과 가을에 각각 철쭉과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황매산, 해인사와 소리길을 품은 가야산,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오도산 등이 있다.

특히 10월의 황매산은 억새군락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또 합천 8경에 속하는 모산재가 영험한 기를 내뿜는다. 그 기운 때문일까. 남부 지역이니까 덜 추울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보다 따뜻한 옷차림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은빛 물결 넘실대듯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는 탄성을 자아낸다. 눈부신 햇살에 금빛으로 반짝거리기도 한다. 황매산에는 2개의 캠핑장이 있어 가족, 연인 또는 친구끼리 머물며 돌아보기도 좋다. 새로 정비된 도로는 자가용으로의 이동을 돕는다.

박해식 합천군 문화관광해설자는 "빠른 시일 내 수목원도 문을 열 예정이어서 봄, 가을뿐만 아니라 사계절 관광 활성화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인사 소원나무. 방문객들의 염원이 겹겹이 매달려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가야산에서는 소리길를 따라 트레킹을 즐겨보길 권한다. 대장경테마파크부터 치인마을까지 약 7㎞의 산책로다. 길상암부터 해인사까지 2.1㎞ 구간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데크가 마련돼 있다.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의미의 '소리(蘇利)'. 소나무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물소리, 산새소리, 풍경소리를 들으면 속세에서 지친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가야산 19경 중 16경이 녹아 있어 어느덧 시간을 두고 찬찬히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해인사로 흘러들어가면 장경판전 틈새로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다. 목판에 한 땀 한 땀 아로새긴 글자는 경건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그 자체로 예술 작품과 같다. 물론 엄격한 관리·통제로 모양새를 온전히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은 구광루 내 고즈넉한 북카페에서 채워도 좋겠다. 창문 너머로 가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도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노경조 기자]


보다 광활한 풍광을 원한다면 오도산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정상까지 도로가 굽이굽이 포장돼 있다. 자가용으로 20분가량 오르면, 발 아래 곡선을 그리는 산세가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덕유산·기백산(서쪽), 가야산(북쪽), 황매산(남쪽)이 자리잡고, 빼어난 운무를 자랑하는 합천호가 사이에 위치한다. 오도산은 또 1962년 남한에서 마지막 야생 표범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백미는 일출이다. 하늘과 산의 경계가 주홍빛에서 푸른빛으로 변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이들은 '황홀하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낮에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럼에도 아직 합천을 쉬이 떠나기 어렵다면 마지막으로 함벽루를 둘러보자. 이곳 또한 합천 8경 중 하나로, 황강 정양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누각이다. 오래 전 많은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퇴계 이황, 남명 조식의 글이 누각 내부 현판에 걸려 있고, 뒤 암벽에는 송시열 등이 쓴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아울러 단아한 처마의 물이 황강으로 바로 떨어지는 배치로, 비오는 날에는 운치를 더한다.
 

고려시대 지어진 누각 함벽루. [사진=노경조 기자]


이렇듯 합천 구석구석을 묶어서 돌아볼 수 있도록 합천군은 이달 말부터 KTX와 연계한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이 버스는 KTX 김천구미역과 해인사 일대, 황매산 등을 다닌다.

공기택 합천군 관광진흥과장은 "시티투어 버스 운행을 통해 수도권 관광객들의 장거리 운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신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용 정류소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홍보마케팅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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