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주식담보대출과 채권 디폴트… 양대 지뢰밭에 짓눌린 민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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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10-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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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증시 시총 10%에 달하는 주식담보대출…주가 폭락 악순환 우려

  • 3분기 디폴트 절반이 상장사에서 발생

  • 국유자본 투입해 리스크 방어···'국진민퇴' 논란도

중국증시. [사진=신화통신]


중국증시 폭락장 속에 상장사들의 주식담보대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양대 '지뢰밭'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 동안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주식담보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온 민영기업이 직격탄을 입었다. 중국 정부가 국유자본을 동원해 민영기업 자금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민영기업의 경영권이 잇달아 국유기업에 넘어가면서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도 일고 있다.

◆ 중국증시 시총 10% 차지하는 주식담보대출

중국 시장조사업체 퉁화순(同花順)에 따르면 12일까지 중국 증시에서 담보대출에 묶여있는 주식은 6361억 주로,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0%를 차지한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모두 5조 위안(약 812조6000억원) 어치로, 중국증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주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는다.  이중 대부분이 최대주주가 담보로 잡힌 주식이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주들이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다. 주가가 대출요건을 충족시키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면 주주는 담보물을 추가로 보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증권사는 담보로 잡았던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이를 반대매매라 부른다. 반대매매는 주가 폭락을 초래하며 결국 주식시장에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중국 증시 침체장 속에 주식담보대출 리스크가 확산되는 이유다.

17일 중국경영망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주가 폭락으로 201개 상장사 주주들이 주식 담보물을 보충했으며,이중 최대주주가 주식 담보물을 보충한 상장사가 173개다. 하지만 주가 폭락 속에 이미 보유한 주식을 몽땅 저당 잡혀 담보물 보충이 어려워지면 반대매매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9월 들어서만 중국증시에서 16개 상장사가 주식담보대출에 따른 반대매매 리스크를 공시했다.

넉 달 전 중국 유력일간지 신경보(新京報)가 "주식담보대출 리스크가 중국 주식시장을 뒤흔들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게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상장사 디폴트도 중국 증시에 도사린 또 하나의 지뢰밭이다.  중국 경제일간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3분기에만 22개 기업이 발행한 채권 48개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 디폴트 액수는 모두 491억 위안으로,  이중 상장사 디폴트 액수가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219억 위안을 차지한다. 

◆ 국유자본 투입해 리스크 방어···'국진민퇴' 초래

중국 당국은 일단 국유자본을 동원해 상장사 지분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막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선전, 산둥, 푸젠, 쓰촨, 허난 등 10여개 성시 정부는 자금을 동원해 주식담보대출 리스크에 빠진 민영기업 상장사 지분을 매입하며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하이테크 기업이 모여있는 선전시 정부의 경우, 수 백억 위안의 자금을 동원해 우수 상장기업 20~30개 추려서 채권·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중국증시에 상장된 선전시 소재 민영기업은 모두 194곳. 이중 90% 이상이 주식담보대출 잡혀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14일 선전시 정부의 구제금융 소식이 나오자마자 다음날인 15일 선전 소재 상장사 종목 18개 주가는 일일 상한가인 10%까지 뛰었다.

하지만 국유자본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장사의 '구세주'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영기업의 경영권이 국유자본에  헐값에 넘어가며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 국진민퇴란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후퇴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증시 폭락장 속에 주식담보대출에 발목 잡힌 민영기업 상장사들이 경영권이 줄줄이 국유기업에 넘어갔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15일 하루에만 주식담보대출 리스크로 캉다신소재(康達新材), 메이천생태(美晨生態), 텅방국제(騰邦國際) 3곳의 민영기업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국유기업으로 바뀌었다. 15일 증권일보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중국증시에서 24개 민영 상장사의 실제 지배주주가 바뀌면서 경영권이 국유자본으로 넘어갔다. 

국진민퇴 논란이 커지자 중국 중앙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오늘날 시장 상황에서 (국유자본의 민영기업 지분 매입은)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상호윈윈을 위한 시장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민영기업으로선 자금을 보충받아 유동성을 해결하고, 국유기업으로서도 낮은 가격에 질 좋은 상장사에 투자함으로써 국유기업 개혁에 도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상장사 대주주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비율 상한선을 정하고, 대주주가 제멋대로 주식담보대출로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전쟁, 국내경기 둔화, 위안화 약세 우려 등으로 중국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20, 30% 넘게 폭락한 상태다. 투자자 불안감도 확산돼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잔액은 8000억 위안 선이 붕괴돼 4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지난 14일 직접 나서서 중국증시에 봄날이 올 것이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투자자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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