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BIFF] 장률 감독X박해일, 시인과 뮤즈의 재회…'군산'에서 펼칠 이야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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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최송희 기자
입력 2018-10-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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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박해일(왼쪽)과 장률 감독[사진=연합뉴스 제공]

(=부산) 장률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다시 만났다. 영화 '경주' 이후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로 재회한 두 사람은 영화 감독과 뮤즈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10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문화홀에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BIFF 남동철 프로그래머와 장률 감독, 배우 박해일이 참석했다.

동시대 거장감독들의 신작 및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화제작을 상영하는 섹션인 갈라프레젠테이션 상영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전직 시인인 윤영(박해일 분)이 이혼한 뒤 혼자가 된 송현(문소리 분)과 함께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률 감독의 색채를 가득 담은 이 작품은 “겉보기와는 다른 세상의 감춰진 형상”(남동철 프로그래머)을 그리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을 갈라프레젠테이션의 상영작으로 선정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장률 감독의 초기작들은 절망적인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후기에는 ‘경주’ 등 넉넉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이번 영화는 그런 연장선에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소개했다.

장률 감독은 “재작년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특강을 위해 목포를 찾았는데 공간이 주는 느낌이 강렬하더라. 일제시대 건물이 많이 남아있고 정서도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목포에서 촬영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누가 목포에 가겠는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박해일 씨였다. 함께 목포를 찾았는데 마음에 드는 민박집이 없어서 군산으로 넘어갔다. 공간이 바뀌며 영화의 질감도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고 작품이 기획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박해일은 “‘경주’에 이어 장률 감독님과 영화를 찍게 됐다. 감독님과의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에 대한 궁금증이 (작품 선택 이유의) 첫 번째는 아닌 것 같다.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작품에 관해 말씀하셔서 목포를 찾게 되었고 군산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역을 바꾸면서 감독님이 이야기 하는 바를 알게 되었고 감독님만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남동철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장률 감독의 후기작과 궤를 함께한다. 조선족 이야기부터 밝고 희망적인 인물들로 하여금 벌어지는 일들이 유머러스하게 꿰어있다.

장률 감독[사진=연합뉴스 제공]


장률 감독은 “제 영화에 조선족 이야기가 많은 건 제가 그쪽 출신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그런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일상의 디테일이라고 할까? 한국서 사는 조선족의 큰 갈등 문제는 한국영화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 않나. 일상의 디테일은 제가 그쪽 출신이니 영화에 자연스레 담기게 되는 것 같다.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거위를 노래하다’ 시에 관련해서는 “상징성보다는 박해일이 가지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장률 감독은 “극 중 윤영이 화교 학교를 2년 다녔다는 설정이다. 화교 학교를 2년쯤 다니면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시는 누구나 다 안다. 유치원 때부터 배우는 시다. 윤영의 배경 때문에 시가 나온 것 같고 그 시가 가지는 아이 같은 정서가 캐릭터에도 반영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해일 씨가 그 시를 읊으면 재밌고 웃길 것 같더라. 이 시를 읊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해일 씨가 내게 (시를) 녹음해달라고 했다. 내 입으로 읊으면 재미가 없는데 해일 씨와는 딱 맞아떨어지더라”며 시가 주는 리듬과 박해일이 가지는 이미지를 언급했다.

장률 감독의 작품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 영화 팬들에게는 언제나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앞서 언급한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시도 해석의 여지가 많아 영화적 재미를 높였던 바.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어떤지 질문했다.

박해일은 “저는 감독님의 영화를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명료하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모든 걸 맡기고 감독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카메라 앞에서 공기를 느끼고 촬영하는 공간을 느껴서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건 신뢰가 없으면 나오기 쉽지 않다. 감독님 또한 다양한 지점을 고이 간직하셨다가 본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실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 신선하고 재밌기도 하다. 결과물은 사실 다 해석되지 않는다. 저도 관객, 기자, 평론가의 리뷰를 챙겨보는데 다들 느끼는 점이 다른 것 같더라. 감독님의 작품은 곱씹어지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되고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라며 장률 감독의 작품이 주는 재미를 전달했다.

돈독한 애정을 과시한 두 사람. 기자회견 내내 서로에 대한 칭찬과 작품을 함께하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배우 박해일[사진=연합뉴스 제공]


박해일은 “감독님은 시인 같기도 하지만 친근하면서 속을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5년 정도 시간을 보냈고 세 작품 정도 찍었다. 감독님과 섞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가질수록 호기심에서 출발해 관심이 되고 그것이 작품과 캐릭터로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 감독님의 작품 세계가 변화하는 것, 그 질감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경주’도 그렇고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아마 앞으로도 그러실 것 같고 전국 팔도를 여행하실 것 같다”며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장률 감독의 능력을 극찬했다.

이에 장률 감독은 “한국으로 건너와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이 박해일이다. 친구라고 생각한다. 이 역할에 이 사람이 하면 새로운 것,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배우와 감독의 관계는 그렇지 않나. 또 해일 씨는 저의 반대라서 궁금증을 주는 친구다. 궁금증이 없으면 관계도 재미없어지는 것 같다. 제가 해일 씨의 연기 중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데 방향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박해일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등 부산 일대에서 79개국 323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는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이며 개막작은 ‘뷰티풀 데이즈’, 폐막작은 홍콩 정통무술영화 ‘엽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버전인 ‘엽문 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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