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10주기]최진실의 10가지 진실-(8)최환희와 최준희가 '진실최씨'가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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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8-10-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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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의 자녀, 최환희와 최준희는 원래 조환희와 조수민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민법이 바뀌면서 성(姓)과 본(本)을 바꿀 수 있게 되었죠. 그해 1월 최진실은 아들과 딸의 성본 변경 허가신청을 합니다. "아이들을 당당하게 키우고 싶어서 신청서를 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모계 성씨를 따르는 일은 부계전통의 오랜 근간을 바꾸는 혁신이었습니다.
 

[2018년10월2일 양평군 갑산공원. 고 최진실의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최환희(오른쪽)과 최준희.]



2008년 5월 법원의 최진실의 신청을 받아들여 아이들은 최환희와 최준희로 거듭 태어납니다. 엄마의 죽음이 있기 불과 다섯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준희는 성 뿐 아니라 이름도 바꿔, 최준희가 되었습니다. 이 개성(改姓)과 개명이 알려지자, 용기있는 선택이었다는 찬사와 아직은 너무 혁신적이라는 비판이 함께 일어났죠. 일부 네티즌들이 이 일로 최진실과 자녀들을 스토킹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성본 변경과 관련된 악성댓글도 쏟아졌는데, 이에 최진실은 자녀들의 방송노출을 당분간 자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 땅에서 자녀의 성본 변경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것에는 최진실의 힘이 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어머니의 성을 쓰면 뿌리가 사라진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법체계가 부성(父姓)주의 원칙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관성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죠.
 

[2015년 EBS '인생수업'에 출연한 최환희.]



2008년 법적인 근거가 생기기 이전에 1994년 한국은 유엔의 여성차별철폐협약(1979년 유엔이 합의한 협약)에 가입을 합니다. 이 협약에는 '가족의 성'을 협의해서 정할 수 있고, 자녀에게 모계 성을 줄 수 있다는 규정이 이미 들어있었지요. 이 협약으로 한국은 이미 엄마의 성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지니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민법에 반영되었고, 최진실은 법이 시행되던 바로 그달에 '신청'을 한 것입니다. 유명인으로서는 최초였죠.

성본 변경 허용 이후, 두달만에 8000여건이 접수되었다고 대법원에서 발표하기도 했죠. 억눌려 있었던 '부성주의'의 불만이 분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본을 바꿔야할 수요가 생긴 까닭은, 이혼율과 재혼율의 증가에도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싱글맘이 늘어남에 따라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제도의 필요성 또한 커졌습니다. 대중문화 전문 언론인인 배국남은 최진실의 성본 변경에 대해 싱글맘이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준 용기있는 결정으로 평가했죠.

최진실의 성본 변경에 대해 크게 지지를 표명한 사람은 MBC사장과 국회의원, 강원도지사를 지낸 최문순입니다. 최진실의 죽음 이틀 전에 있었던 시사IN '블로거와의 대화'에 출연한 최문순은, 다음 출연자로 최진실을 추천합니다. 그녀가 자녀 성본 변경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최진실을 넘어선 또다른 최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죠. 그러나 당시의 블로거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은, 또다른 최진실을 볼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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