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아마존 효과'를 평가절하했다.
아마존 효과는 지난달 말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미팅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력한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바이트만 총재는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례적으로 낮은 건 10년 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와 더딘 경제 회복세 때문이지, 디지털혁명이 주요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4일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트만 총재는 전날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한 연설 중에 "디지털화의 인플레이션 저하 효과는 여지껏 상당히 미미한 것 같다"며 이 작은 효과조차 조정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장기적인 균형상태에서는 (디지털혁명이) 물가 하락에 미치는 잠재력이 소진되고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맞서 수년째 강력한 통화부양책을 써왔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물가상승률은 5년째 ECB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강력한 통화부양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은 건 미국, 일본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2013년 4월 "2년 안에 물가상승률을 2%로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공격적인 통화부양에 나섰지만, 목표 달성 시한을 거듭 미뤘다. 미국에서는 올 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쩍 높아졌지만, 물가상승률이 수년째 목표치인 2%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금리, 이른바 중립(자연·균형)금리 수준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의 경기침체 대응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 때는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금리가 낮으면 더 낮출 여지가 줄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차라리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높이면, 기대치가 높아져 물가상승률은 물론 금리도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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