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해양영토 면적 표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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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8-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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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3국 중 한국에만 없는 해양 영토면적 표기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최초의 생명의 약동은 바다의 파랑(波浪)이다. 바다는 '뭍의 어머니'며, 인류생존의 토대이다. 인류의 역사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흥망성쇠를 거듭해왔다. 칭기즈칸의 몽골제국 등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양세력이 내륙세력을 압도해왔다. 21세기 오늘날 과학기술 발달과 해양의 잠재가치 재평가로 바다는 무한한 자원과 전략적 역량의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다. 갈수록 세계 각국은 해양 영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1978년 12월 중국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 대륙성 노대국에서 해양성 국가로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이뤘다. 중국 팽창전략의 주력방향은 내륙에서 중국 국경 밖의 바다와 섬으로 전환됐다. 2006년 12월 후진타오(胡錦濤)가 ‘중국의 해양대국화 건설’을 선포한 이후 황해와 제주-이어도 해역의 해양경계 획정을 놓고 한국과의 갈등, 동중국해 해양경계 획정과 조어도(중국명: 釣魚島, 댜오위다오, 일본명: 尖角列島, 센카쿠)의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의 갈등,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과의 난사군도(南沙群岛, 스프래틀리 군도)와 시사군도(西沙群岛, 파라셀 군도)를 둘러싼 영유권과 해양경계 획정 분쟁의 범위는 수평적으로 확장되고 쟁점은 수직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도서국가로서 생래적 해양팽창주의 국가인 일본은 센카쿠 해역을 포함한 류큐 군도 해역과 오키노도리시마(沖の島) 해역, 태평양 망망대해 상의 미나미토리(南鳥島) 해역, 특히 20010년부터 자국의 교과서에 독도와 동해를 다케시마와 일본해로 표기하면서 총 447만㎢의 관할 해역을 선포하며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태평양 시대, 중국과 일본은 자기 섬, 남의 섬, 자기 바다, 남의 바다를 가리지 않고 해양영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중 양국 국토면적 표기 현황 비교.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그런데 아직도 국가의 영역을 육지 영토만으로 착각하는지,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국내 통계자료 중 한국만 해양 영토면적 표기가 없다.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에 따르면 중국 육지·해양면적은 각각 963만㎢,  470만㎢이며, 일본 야후 재팬에 따르면 일본이 주장하는 육지 면적은 37만8000㎢, 배타적 경제수역(EEZ) 포함한 영해는 447만㎢로, 모두 해양 영토 면적이 표기돼 있다.

반면 한국은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물론, 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홈페이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서도 해양영토 면적을 찾을 수 없다. 10만여㎢의 육지면적을 마치 국토면적의 전부인 것처럼 표기되어 있을 뿐이다.

해양관련 전문서적 또는 학술논문을 샅샅이 뒤져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해양영토의 면적과 범위 등의 정보는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해양영토 면적은 유엔,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문 위키피디아 등에선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관할 해양면적은 약35만㎢'로 육지 영토의 약 3.5배다.

그렇다면 왜? 어째서 우리나라만 유독 육지 면적의 약 3.5배나 되는 해양영토를 국제적 자료를 검색해야만 알 수 있을 만큼 해양을 경시해 왔을까?

아직도 우리의 뿌리깊은 고정관념 속에는, 나라의 영역을 바다와 하늘을 포함시키지 않은 뭍의 넓이, 육지영토만으로 생각하는 착시현상이 관습처럼 남아있는 걸까?

해양 영토면적 표기와 같은, 의지만 있으면 단숨에 할 수 있는 너무 쉽고 간단한 일도 내팽개쳐 놓고는 허구한 날 말로만 해양영토 의식 고취를 부르짖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비단 전국의 해양영토 표기문제 뿐만이 아니다. 해양이 설립근거이자 존재 이유인 제주특별자치도의 홈페이지는 물론 모든 온·오프라인 공식·비공식자료에도 제주도 해양면적은 찾을 수 없다. 육지 면적 1848㎢만 표기돼 있을 뿐이다. 3개 군 합친 정도의 육지면적만 보고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승격시켰던 건 아니잖은가.

해양중심 국토관에 의하면 세계 최대의 유라시아 대륙과 세계 최대의 바다 태평양이 마주하는 접점에 위치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관할 해양의 지리적 중심은 '제주도'라고 할 수 있기에,  또 무역의존도가 85%인 우리나라의 무역 물동량의 99.8%가 해양을 통해 이루어지고, 대부분 제주-이어도의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육지 광역지자체와는 남다른 특별한 자치권을 누릴 수 있는 ‘특별자치도’로 등극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자매결연 지방정부인 중국의 하이난(海南)성 정부 공식 자료에도 ‘육지면적 3만5400㎢, 해양면적 약 200여만㎢'로 표기해 하이난성을 중국 27개 성(省)·자치구(自治區) 중 최대 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하이난성 산하 광역시인 산사(三沙: 난사군도와 시사군도에 위치 2012년 6월 21일 신설)시 정부 공식 자료에도 ‘육지면적 20㎢, 해양면적 약 200여만㎢'로 표기해 전국 최대 시로 적혀있다. 이처럼 중국은 전국은 물론 해양과 접한 지방정부의 공식 비공식 자료에 해양면적을 표기하기 시작한 지 이미 7년이 지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육지대국이자 해양대국이다"고 말했다.  생래적 해양팽창주의 섬나라 일본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오랜 대륙국가 중국마저 바다의 중요성을 깨달아 지금 '중화 해양제국'으로의 무한 항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자연적 지리로는 반도국이지만, 남북 분단으로 인해 정치적 지리(?)로는 ’삼면이 바다인 섬나라‘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활로는 바다뿐인데, 정부 공식자료에 해양영토 면적 표기조차 없는 이 상황이 예사로 지나칠 수 있는 일인가. 자신의 사유지라면 단 한 뼘의 땅이라도 더 표기하려고 갖은 수를 다 쓰고도 남았을 공직자들이 이러면 쓰겠는가.

우선 중앙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 당장 공식 사이트에 관할 해양영토면적을 표기하라! 의지만 있으면 단숨에 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해양영토 표기한다고 피해 볼 사람도 계층도 없다.
해양영토표기 문제는 식상할대로 식상한 그 관계기관의 오랜 상투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고 중장기 연구를 통하여 신중히 추진을 검토할 사항”도 아니다.

공자가 '논어(論語)'에서 “과오를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을 잘못이라고 한다.(過而不改, 是過失也)”고 말했듯, 과오를 저질렀으면 고치면 된다. 사달은 과오를 고치지 않은 데서 생긴다. 해양영토면적 표기 제안을 행여 일개 지식인의 넋두리로 치부하고 뭉개거나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 꿈도 꾸지 말라. '한-중 양국 국토면적 표기현황 비교표'를 참조해 지금 당장 해양영토면적을 표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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