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큰형님이 살아계신다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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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공동취재단·박은주 기자
입력 2018-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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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이산가족 1차상봉단에 포함돼 형을 만나러 가는 이수남씨는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과 가족들의 모습을 빛바랜 사진을 통해 떠올리고 있다. [통일부 제공 ]

 
"그냥 멍한 기분이에요. 미국에 사는 딸이 한국에 와있어요. 딸한테 '큰아버지 이북에 가신 큰아버지 얘기 들었지? 살아계신댄다. 적십자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막 오더라고요." 

3년 만에 진행되는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북한에 있는 형 리종성 씨와의 상봉을 예정하고 있는 이수남(77, 남)씨의 말이다. 삼형제 중 막내인 이수남씨는 68년 전 북한군에 끌려가 생이별한 큰 형을 찾아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신청했다. 
 
"내 이름이 이수남인데, 원래 족보 상의 돌림자는 '종수'다. '종'자 돌림인데 호적에는 '수남'으로 올라가있다. 일정 때 피해받아 일본식으로 쓴건데 옛날에는 호적을 고칠 수가 없어서 평생 쓰고 있다. 찾는 큰형님은 '종성'이고 둘째형은 '종식'이다."
 
이수남 씨는 형의 생존확인과 상봉 소식을 듣고 아직까지도 그때의 감격스러운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고 전했다.

"뜻밖의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인친척한테까지도 며칠 동안 얘기 안하고 있다가 요즘에 와서 이웃에도 조금 알렸다.지금도 만나고 확인을 해야 이런 감정이 가시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68년 만에 소식을 들으니까 광주에 사는 둘째 형님도 심지어 '야 그거 거짓말 아니냐?'고 했다."

'감격' 다음으로 그가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이수남씨는 "'아, 엄마아버지가 생전에 소식을 들었으면은 (좋았겠구나)'라고 제일 첫 번째로 생각났다"고 전했다.

그는 "다 장을 담가 먹은 시절이니까, 예전에는 서울에 살아도 가정의 장독대는 굉장한 의미의 장소다. 그 새벽에 어머니가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다놓고 기도를 하시는 걸 몇 번 목격했다"며 "나가서 (큰형님이) 무사히 안녕히 돌아오기를 기다리셨다"고 전했다.

이어서 "(어머니께서 그렇게 기도를) 한 10~20년 하다가 연로하고 기력이 없으시니까 포기하고 체념하고 사셨다"며 "그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번 상봉이 성사된 것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참 바르게 오래 살아서 복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충청북도가 본적인 이들 형제가 헤어지게 된 건 전쟁통에 이뤄진 북한군의 '강제 징집' 때문이다. 

이수남씨는 "그때가 북한 사람들이 병력을 만들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 데려가려는게 없었는데, 첫날 장충단 공원에 가다가 거기서 (형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징집 대상인 형 리종성 씨를 더 안전하다고 알려진 시골로 대피시키려고 이동시키는 와중에 형이 붙잡혀 끌려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형님이) 젊은 사람이니까 걱정을 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시골에 데려가는데 다리가 다 끊기고 광진교만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형은) 광진교 쪽으로 가다가 잡히고 (어머니가) 혼자 돌아왔다"고 전했다. 

가족이 생이별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시간 여다. 

당시 어렸던 그는 이 상황을 다 지켜봤다고 했다. 

이수남씨는 "형님 나가고 한 한 시간 지나서 엄마가 혼자 오셨다. 어린 마음에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집에서 나누던 대화가 그런 내용들이었다"며 "어느 이산가족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부모님들은 통한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수남 씨는 형의 이태원국민학교 졸업증과 사진 2장을 꺼내 들었다. 10대 때 증명사진으로 추정되는 사진 한 장과 동네어른들과 찍은 사진 그 가운데 형 부분만 잘라 크게 복원한 사진이다.

사진 속 빡빡머리에 셔츠 차림의 앳된 소년은 68년이 지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돼서야 동생을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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