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성욱 센트비 대표 "30분이면 OK...소액 해외송금, 은행 갈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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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7-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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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 80% 낮춰 중국·일본·태국 등 9개 지역 송금 서비스

  • 동남아 노동자 금융환경 고려, 전당포 등과 제휴 불편 덜어

  • 올 흑자전환 기대...미국·영국 등 글로벌 전역 확대 계획

최성욱 센트비 대표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한국은 이미 다문화 국가다. 도시에 거주한다면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어촌에 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선장과 기관사를 제외하면 조업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어촌은 물론 농촌과 공장, 건설현장과 식당도 마찬가지다. 좋든 싫든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25만명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25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들은 월평균 120만원가량을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 연간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 국내 은행은 문턱이 높다.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해외송금 금융사가 바로 '센트비'다.

◆수수료 80% 줄여… 동남아 환경 고려한 수취방법도 눈길

"한국에서 해외로 100만원을 송금하려면 시중은행에서는 송금 및 중개 수수료 등이 붙어 6만~7만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센트비를 통하면 수수료를 2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습니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저렴하고 이용하기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데서 사업 아이템을 착안했다. 이전까지 해외송금 업무를 도맡아 하던 은행의 서비스가 비싸고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센트비는 소액 해외송금 전문기업이다. 사업 초기에는 중국과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지역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서비스 지역이 태국,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까지 포함돼 9개국으로 확대됐다. 국내에 거주하는 9개국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 형태를 파악해 기존 은행보다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이체 서비스를 앞세워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센트비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입, 인증, 송금'이라는 간단한 절차로 20초 내에 송금할 수 있다. 보통 몇 시간씩 걸리는 은행권 서비스와 달리 최소 30분이면 송금을 끝낼 수 있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빠른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센트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본국인 동남아시아의 금융 환경을 고려해 수취 방법을 다양화한 것이다. 현지 은행뿐 아니라 일종의 전당포와 유사한 캐시픽업(Cash Pickup) 전문점 등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확대했다. 송금 받는 사람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다.

"필리핀을 예로 들면 은행지점보다 전당포가 더 많습니다. 은행은 도심 지역에만 있고, 전당포는 전국에 설치돼 있는 거죠. 외국인 노동자가 은행 계좌로 송금하면 그 돈을 찾으려고 섬에서 배를 타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서 전당포로 보내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센트비는 앞서 말한 30조원 가량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30조원 시장을 전부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절반인 15조원의 시장은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센트비의 생각이다. 은행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앞세우면 은행만 알던 소비자의 생각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상화폐 활용했으나 사업 방식 전환

기존 은행권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리한 센트비의 현재 서비스는 사실 사업 초기보다 한 발짝 후퇴한 모델이다. 센트비는 창업 초기였던 2016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가상화폐의 장점을 살려 수수료를 1만원 이하로까지 낮췄다. 당시 센트비 사업 모델을 보고 여기저기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해외송금 업체가 신설될 정도였다.

"사실상 고객이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돈을 보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정말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해외송금 사업을 하려면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업무 취급범위에 가상화폐를 포함시키면 사실상 인가 받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센트비는 즉각 비트코인을 사용하던 기존 서비스를 중단하고 인가 취득에 돌입했다. 센트비는 개정안 발표 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업무 취급범위에 가상화폐를 포함해 소액 해외송금업체 등록을 완료했다. 그러나 돌연 올해 초 가상화폐를 미사용하겠다고 등록 내용을 변경했다.

센트비는 현재 해외 제휴 은행에 미리 목돈을 보낸 뒤 고객 요청에 따라 현지에서 돈을 지급하는 '프리펀딩' 방식이나, 여러 건의 소액 송금을 한꺼번에 보내는 '풀링' 방식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무조건 사업에 좋으니까 쓰게 해달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 국가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접근도 다르니까 우리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되죠. 다만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면 다시 사업 모델을 구축해보고 싶습니다."

◆서비스 국가 확대‧환전업 진출… "생활 서포트 금융사 되겠다"

최 대표는 센트비의 임무를 '질문'으로 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트비는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가 있는 것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해외송금 시장에서 강자로 부각하고 있는 센트비는 올해 재무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센트비는 그동안 초기 투자 비용 탓에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흑자전환 이후에도 할 일은 많다. 센트비는 우선 현재 범아시아권에 국한된 해외송금 서비스 대상 국가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글로벌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센트비는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하는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이 시장도 6조~7조원에 이른다는 게 센트비 측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센트비는 해외송금업의 영역을 넘어 환전업으로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센트비는 한국 기반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송금‧결제‧환전 금융회사로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미나 유럽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업체들이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센트비도 생활 전반을 돕는 금융사로 성장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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