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장비 논란, 보안검증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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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정두리 기자
입력 2018-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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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안유출 위험요인 다양하게 존재…기술적 검증하기 어려워

  • 미·중 안보전쟁 틈바구니서 정부 입장 밝히기도 쉽지 않아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 전시된 5세대(5G) 이동통신 홍보관. [사진= 바이두]


5세대(5G) 네트워크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3사의 화웨이 장비 도입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화웨이 장비의 앞선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은 이통사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보안 문제는 부담이다.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장비의 검증은 사업자가 해야할 일이라며 등을 돌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backdoor)가 숨겨져 있더라도 이를 찾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통신3사 화웨이 5G 장비 저울질…정보 유출 우려가 변수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3사는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4G 이동통신 기술인 LTE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데 이어, 변수가 없다면 5G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에 참석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현재와 같은 화웨이,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4개 밴더를 사용할 것"이라며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고질적인 정보 유출 우려다. 2012년 미국에서 화웨이의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화웨이는 사실상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미 의회는 이란과 거래한 혐의로 화웨이를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체 관계자는 "화웨이는 가격만 싼 게 아니라 기술 경쟁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버리기 아까운 카드"라면서도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LG유플러스가 지난 2013년 화웨이 통신장비를 자사 LTE 망에 도입할 당시에도 보안이 문제가 돼 서울 용산 미군기지 근처에는 화웨이 장비를 쓴 기지국을 두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장비를 도입한 바 있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5G 장비 선정에 앞서 정부가 화웨이의 보안검증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에 앞서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검증을 받기를 원한다"면서 "보안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정부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5G 네트워크 장비의 보안 문제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화웨이 측은 지금까지 보안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2015년 영국 정부의 보안검증도 통과한 사례가 있다며 보안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안유출 위험요인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내포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임의적으로 백도어를 숨길 경우 이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송호진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화웨이가 보안 백도어를 만들어서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열려 있다"면서 "기술적으로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걸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술적 영역을 넘어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다만 화웨이 LTE 장비가 10년 가까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25% 이상을 유지한 상황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장비 도입을 막기에는 명분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내년 3월 5G 상용화 차질 우려…정부 책임론도 부상

정부가 공식적으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검증을 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보안을 이유로 사실상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배제했고, 과기정통부도 이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해외 통신사와 경쟁하는 시점에 핵심 장비로 중국산을 쓰면 상용화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여론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5G 시대를 함께 여는 만큼 보안 문제를 함께 검토하고 연구해볼 수 있다"면서도 "보안검증은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해야 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문제가 있는지 판단 여부는 구입자가 하는 것이며, 물건에 대한 법적 책임도 각 사업자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보안검증과 관련한 정부 입장은 오는 17일 유영민 장관이 통신3사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5G 등 통신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화웨이 장비의 기술검증 논란에 대한 정부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내년 3월 5G 상용화 추진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화웨이 장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이통사들도 장비 선정을 빨리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기술력이 확보된 화웨이 장비는 운영적 측면에서 사업자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3월 5G 상용화는 앞으로의 5G 전체적 투자를 위한 기준점이 될 텐데, 이러한 점을 미뤄볼 때 실질적인 필드테스트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라도 빨리 벌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서 갈등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화웨이 장비 선택이 어려울 것"이라며 "5G 장비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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