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재설계]‘부의 대물림’은 2%만 세금 내는데…100년 기업은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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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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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28만명 상속재산 받아…세금납부는 2%에 불과

  • 가업승계 때는 세율 65% 적용…중소‧중견 ‘세금이 가장 큰 부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부수법안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상속세가 '부의 재분배'라는 기능을 상실한 채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부과하고 있지만, 정작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2%에 불과하다.

반면 ‘100년 기업’을 목표로 가업을 잇기 위해서는 세금폭탄에 시달려야 한다.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려 해도 요건이 까다로워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토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6년 과세당국이 걷어들인 상속세는 1조9949억원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2013년 1조5865억원이던 상속세수는 이듬해 6.9% 더 걷혔고, 2015년에는 전년보다 14.6%나 늘었다.

그러나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2016년 재산을 물려받은 피상속인 28만3877명 중 실제 상속세를 낸 사람은 7393명(2.6%)에 불과하다.

나머지 27만6484명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전년(2.0%)과 비교하면 상속세를 낸 사람의 비율이 높아진 편이다.

시야를 넓혀 통계를 내보면 ‘구멍’은 더 크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2016년 9년 동안 273만7000명이 총 251조5674억원을 상속받았다.

이 중 상속세를 낸 사람은 5만3000명에 불과하다. 전체 피상속인의 1.9% 수준이다. 이들이 세금을 내고 상속받은 재산은 83조443억원이다. 나머지 168조5231억원은 '세금 없는 부의 이전'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상속인이 각종 공제를 적용받아 과세미달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게 된 것이다.

반면 가업을 잇기 위해 기업을 물려받는 경우, 막대한 세 부담을 끌어안아야 한다. 세법상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더해 최대주주 보유주식(30%) 할증이 붙어 6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10년간 고용과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등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롭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공제받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

중소기업의 68%는 가업승계 계획이 있지만, 상속‧증여세를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했다. 중견기업의 47%도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상속세로 인해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해 락앤락‧유니더스‧에이블씨엔씨 등이 대주주 지분을 사모투자펀드(PEF)에 팔았다. 올해 1월에는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대기업에 매각됐다. 농우바이오‧카버코리아‧휴젤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독일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6년부터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에 대한 요건을 없애 가업을 잇도록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5년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결정건수는 연평균 62건인데 반해, 독일은 280배 많은 1만7000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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