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옛날 다방ㆍ한옥카페에서 세월을 음미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글.사진 대구=기수정 기자
입력 2018-07-02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옛 문인들 흔적 어린 ‘미도다방’ 어르신들 사랑방에 짙은 한방차 향이

  • 일제·1950년대 건물 어우러진 ‘믹스카페 북성로’ 커피숍·갤러리 공유 복합문화공간

  • 서문시장 한옥카페 ‘로맨스빠빠’ 자개장·재봉틀… 추억과 낭만 깃든 곳

대구의 커피문화는 뿌리가 깊다. 1920년대부터 운영돼온 다방도, 개인이 직접 로스팅(생두를 볶는 과정)해 추출한 커피를 처음 선보인 카페도 이곳 대구에 있다.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카페들이 즐비한 곳, 대구는 커피의 도시다.

◆잔이 넘치고 정이 넘치는 사랑방 '미도다방'
 

미도다방 입구 한편에는 문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중구 종로 진골목길에는 오래된 다방 하나가 있다. 어르신들이 들어가고 나오길 쉴 새 없이 반복하는 곳, 은은한 한약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곳, 바로 미도다방이다.

대구지역 노년층의 마지막 사랑방으로 불리는 미도다방에는 지금은 보기 드문 연탄난로와 금붕어가 유유자적 노니는 큰 어항이 있다. 
 

옛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어항[사진=기수정 기자]


자리에 앉아 쌍화차 한 잔을 주문하니 점원이 "맛이나 보라"며 생과자와 크림 웨하스를 가득 담아 내온다. 네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짐하다. 
 

미도다방에서 맛볼 수 있는 쌍화차와 생과자, 그리고 웨하스[사진=기수정 기자]


곧이어 달걀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가 눈앞에 등장한다. 가끔 "달걀 동동 띄운 쌍화차 한 잔이 생각난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차 한 모금 마신 후 주위를 둘러보니 곱게 차려입은 한복이 잘 어울리는 한 부인이 눈에 띈다.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지만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그녀, 40년간 이곳 미도다방을 지켜오고 있는 정인숙 대표(67)다. 
 

정인숙 미도다방 대표 [사진=기수정 기자]

"옛날에는 이곳이 문인들의 전당이었어요. 각자의 작품세계에 대해 논하기도 하고, 전시도 했죠."

정 대표의 말대로 다방 안팎은 당시 문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었다.

지금의 미도다방은 노년층의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오늘도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끊이질 않는 이곳, 추억의 향기가 진동하는 미도다방을 나서는 마음은 따스하기만 하다. 

◆대구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믹스카페 북성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믹스카페 북성로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공구상점이 줄지어 있는 곳, 도무지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런 공간에 범상치 않은 카페 하나가 서 있다. 믹스문화클럽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믹스카페 북성로'다.

믹스카페 북성로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대구 도심 재생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믹스카페 북성로 내부. 건물의 옛 모습 대부분을 그대로 보존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밖에서 보면 건물 한 채처럼 보이지만 들어서면 작은 뜰을 중간에 두고 두 개의 건물이 붙어 있다.

1910년대에 지어진 목조건물(42번지)과 1950년대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40-6번지), 그리고 두 건물 사이에 있는 뜰(42번지)로 구성됐다.

주인도 없이 덩그러니 서 있던 이곳은 중구청에서 진행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원래 있는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재생이라고 하는데, 믹스카페 북성로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믹스카페 2층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 오래된 물건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에 왠지 정이 간다. [사진=기수정 기자]

허물어진 가옥의 옛 모습이 최대한 보존된 이곳은 서로 다른 시기와 형태의 건물이 섞여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1층은 평범한 커피숍이지만 2층으로 올라가면 옛것이 고스란히 보존된 일본 전통식 바닥재인 다다미가 깔린 방이 자리하고 있다. 스터디룸으로도 활용되는 공간이다. 3층은 각종 전시회와 공연이 열리는 갤러리로 변신했다. 

커피숍 계산대 앞에는 방공호가 있는데, 지금은 와인 저장고로 활용된다. 

◆한옥에서 낭만을 찾다···로맨스 빠빠
 

서문시장 골목에 자리잡은 한옥카페 '로맨스빠빠'[사진=기수정 기자]

차향이 은은하게 풍길 것 같은 공간에서 진한 커피 향이 난다. 한복을 입은 주인이 나올 것같은데 세련된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느라 분주하다. 서문시장 골목길 한편에 있는 한옥 카페 '로맨스빠빠'다.

1960년에 건축된 한옥은 2016년부터 1년간 리모델링을 거쳐 2017년, 카페가 됐다.

한옥으로 들어가면 왼편에는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곳이, 오른편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래된 주판과 인형, 턴테이블(레코드플레이어에서 음반을 올려놓는 회전반)등을 로맨스빠빠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카페를 찾은 이들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듯, 분위기가 제법 활기차다.

검은 자개장과 오래된 의자, 재봉틀, 컵 등은 마치 외할머니댁에 와있는 듯 꽤 친숙하게 느껴진다.
 

메뉴를 고르는 방문객의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탁 트인 공간이 부담스럽다면 카페 입구 작은 방에 앉아 골목길을 거니는 사람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도 무방하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작은 옥상 하나가 등장한다. 햇살 좋은 날, 넓은 소파에 누워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옥상은 여름은 지나고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즈음에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풍성한 크림과 상큼한 음료가 조화를 이루는 '5월의 크리스마스'는 로맨스빠빠의 대표 메뉴다.[사진=기수정 기자]

이곳에는 컵 층층이 다른 색을 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음료들이 많다. 눈처럼 거품이 덮인 만년설과 커피와 우유, 석류크림을 올린 플라밍고가 대표 '층층이' 음료다. 맨 아래층과 중간층만 휘휘 저어 섞어 마시는 게 포인트다. 5월의 크리스마스도 대표 메뉴 중 하나다.
 

오래된 성냥갑, 컵, 커피잔 등 다양한 소품들이 로맨스빠빠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믹스카페 북성로 2층에서 밑을 내려다본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