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세기의 회담' 김정은·트럼프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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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6-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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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평가됐던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회담으로 재평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활발하다. 두 정상은 12일 초현실적인 세기의 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풋내기'에서 '국제 정치인'으로 급부상

김 위원장은 2011년 20대에 집권했다. 유약한 풋내기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스위스 유학파로 알려진 20대라면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가 하면, 그가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한반도 위기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붕괴 가능성도 점쳐졌다.

'풋내기' 김 위원장은 집권 3년여 만에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과 다를 바 없는 철권통치의 전형을 보여줬다.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을 대거 숙청하면서다. 지난해에는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하는 잔혹성과 대담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시에 전보다 훨씬 잦은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었다.

북한의 도발에 트럼프 행정부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에 대한 과소평가가 오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가 제 아버지나 할아버지에 비해 무기 개발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잇단 도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전 세계 평론가들이 김 위원장을 과소평가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 위원장이 선대와 가장 다른 점 가운데 하나로 강력한 경제 재건 의지를 꼽았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에서는 밀무역에 대한 통제가 약해지고 일부 국영기업이 민영화했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다. 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쇄 등 과감한 결단으로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 위원장이 능숙한 젊은 독재자임을 입증한 셈이라며, 그가 '외교댄스'를 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도 집권 이후 고립돼 있던 김 위원장이 외교가의 '뉴 키드(신참)'로 급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전에 없던 정상외교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지인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도출했고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 초 다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2차 회담을 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로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AP통신의 평양 지국장을 지낸 진 리는 BBC에 "우리는 김 위원장이 국제 정치가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앳된 얼굴(baby-faced)이었던 그가 미국을 비롯한 핵열강과 어깨를 겨루는 나라의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오바마의 순진성 정치자산으로 탈바꿈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하면서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긴 마찬가지였다.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이자 TV 리얼리티쇼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을 뿐 정치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공화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그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일방적 반무역·반이민 정책으로 미국 안팎에서 잦은 파문을 일으켰다. 시도 때도 없이 트위터를 통해 일삼는 거친 발언과 변덕스러운 정책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안팎의 저평가를 부채질했다. 트럼프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을 정도다. 트럼프의 무책임한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사회를 주도해온 미국의 리더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무역갈등을 야기하며 미국을 'G6'의 공적으로 만들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그러나 민주당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를 대거 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가 미국의 외교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제이슨 밀러는 최근 트위터에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들이 못한 걸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난 이후 가장 주목받고 기대가 큰 회담이라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 북한을 비롯한 '불량국가' 정상들과 아무 조건 없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가 순진하고 약해빠졌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의 외교철학을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조건 없이 수락했다. 그는 보좌진들의 북핵 관련 브리핑도 받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한다"며 "내 말은 칭찬"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이 지난달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응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53%로 지난해 11월 35%에서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결단을 지지한 이도 지난 3월 62%에서 77%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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