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발견]중국 현장기자가 '중국통' 꿀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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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T&P 대표
입력 2018-05-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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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알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중국의 속살경제 수첩

# 하루만에 중국통 따라잡기(최고봉 저, 푸른길, 2018.5) 뜻밖에 월척을 건진 기분으로 짬짬이 읽었다. 10여년간 중국 현장을 뛰어온 기자이자 네트워크맨인 최고봉(저자)이 쓴 책이다. 
 

[그래픽 = 김효곤기자]



단도직입으로 물어보자. 넷째첩(쓰이타이) 효과가 무슨 뜻인가. 가오푸솨이와 바이푸메이는 뭔가. 자이난은 뭐고 밍밍빙은 뭐지? 웨광주와 디터우주, 충망주는 아는가. 외계어같아 보이는 이 말은, 중국에서는 밥먹듯 나누는 신조어다. 

넷째첩은 자이머우(장예모)감독이 연출한 영화 '크고 붉은 등을 높이 달고[大紅燈籠高高掛]'에서 공리가 열연한 넷째첩 쏭롄을 가리킨다. 4명의 아내는 영감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쏭롄은 거짓말로 승부한다. 임신을 했다고 뻥을 친 것이다. 거짓말은 곧 들통 나고 영감의 아들이 쏭롄을 찾아가 어리석다고 혀를 찬다. 그러자 쏭롄이 하는 말.

"난 이미 계산을 끝냈다고요! 시작은 물론 거짓이지만 영감이 내 처소에 자주 들르기만 하면 거짓은 진실이 되고 말 거라고요."

이 이야기는 가짜가 진짜로 변할 수 있다는 논리가 핵심이다. 이 말이 경제계에서 쓰일 때 '실력이 부족한 기업이 각종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여론의 조명을 받고 이후 자본을 유치해 성장한 기업'을 의미한다. 바로 '넷째첩'이 해낸 일과 비슷하지 않은가. 공유자전거 회사들이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부각되면서 대박이 난 것이 사례다. 이것의 결과가 반드시 좋을 수는 없다. 중국 현지에서는 넷째첩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가오푸솨이는 키 크고 돈 많고 잘생긴 남자다. 우리나라의 훈남이나 엄친아와 비슷하다. 바이푸메이는 피부가 보얗고 돈 많고 예쁜 여자다. 훈녀나 엄친딸에 해당한다. 중국에도 겉모습 숭배와 물질만능의 풍조가 우리나라에 못지 않음을 말해주는 신조어다. 자이난은 집에만 있는 남자로, '집돌이'를 뜻한다. '방콕' 하여 컴퓨터나 두들기고 게임이나 하며 밤낮을 보내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인간관계나 외출 따위를 싫어하는 관계단절형 인간이 그곳에도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밍밍빙은 오늘 해야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병이며, 웨광주는 월급을 저축하지 않고 다 써버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의 행태를 꼬집는 표현들이다. 디터우주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지하철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스몸비를 중국에선 저렇게 부른다. 충망주는 뭔가? 중국판 88만원 세대다. 학교 졸업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청춘들이다. 풀이하면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란 의미다. 이런 신조어만 봐도, 중국의 현실이 생생하게 보인다. 최고봉기자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말들 속에서 중국을 날렵하게 포착하는 재능이 있다.

사실 위의 인용은, 그야말로 이 책에선 양념이다. 이 신간에는 중국의 현실과 흐름을 포착하는 정보와 함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가득하다. 마하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같은 기업인들의 촘촘한 스토리들은 흥미롭다. 대한민국 중국통이라 할 수 있는 이세기, 구천서, 강성재에 관한 글들과 대륙 현장에서 만난 전용희, 김현철, 김종환, 양스안, 김정구 스토리는 딴데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글이 아니리라. 거기에 중국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비야디, 택배의 왕 순펑택배, 디스플레이의 신흥 강자 징둥팡, SUV시장을 이끄는 창청자동차와 같은 기업 얘기는 한참 눈을 붙잡는다. 

보물창고를 굳이 다 꺼내서 설명해 무엇하겠는가. 보고싶은 마음이 슬며시 생긴 사람들이 슬금슬금 꺼내서 다시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한 권의 독서가 낳는 효용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가성비 갑(甲)이다 싶다. 

                                이상국 아주T&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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