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작품 연결하니 '빈 괄호' 보이네"..제이콥 카세이 리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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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5-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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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콥 카세이 개인전 'Jacob Kassay' 6월 26일까지

도형자에서 봤을 법한 모양의 작품 두 점이 나란히 놓여있다. 캔버스를 걸어놔서 회화임은 분명하나 사각 캔버스가 아닌 한쪽 프레임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그림은 모노크롬(단색화)이라고 하지만 농담의 표현이 전혀 없는 그냥 하얀색이다. 마치 하얀 벽을 그린 듯 전시장 벽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예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제이콥 카세이(34·미국)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Jacob Kassay' 전을 6월 26일까지 연다.

[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 개인전]


신작은 내용이 아닌 형태에 중점을 두고 만든 작품이다.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기 위해 나름대로 조사를 많이 한 카세이는 태극기의 건곤감리에 아이디어를 얻어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비슷한 형태의 막대기를 조합하면 건이 되기도 하고 곤이 되기도 하는 등 그림과 그림을 연결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관심을 둔 것이다.

그렇다면 입구에 설치한 나란히 놓은 두 작품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홀로 존재하는 작품도 의미가 있지만 연결함으로써 더 많은 의미를 만들고 있다.

[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 개인전 Untitled(JK560), Untitled(JK562)]


카세이의 이런 시도는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궤를 같이한다.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의 흰색 모노크롬 회화이지만 회화 고유의 매체 특성을 넘어 조각적 특성을 수용함으로써 미니멀리즘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회화라는 매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카세이의 신작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느껴야 한다.

작품을 만들 때도 갤러리 공간을 보고 간 작가는 갤러리에 들어와서 처음 2개의 작품을 보고, 지하로 내려가면서 둘러볼 때 그림이 하나의 흐름처럼 서로 유동적으로 이어지고 리듬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캔버스 형태를 만들었다.

[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 개인전 Untitled (JK559)]


비슷한 형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미니멀리즘 작품은 관객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현대 회화사에서 그림의 엄격한 사각형 틀에서 벗어나 벽 공간으로의 확장을 시도한 예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회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카세이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스텔라는 추상화 형식을 벗어나서 실제에 있는 오브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캔버스 틀을 바꾸기 시작했다.

카세이는 캔버스 한쪽 면을 오목하게 또는 볼록하게 변형했다. 작품을 연결하면 어떨 때는 대칭되는 듯한 도형이 나오고, 어떨 때는 평행되는 듯한 도형이 보일 때도 있다. 즉 그림 하나하나보다 쭉 이어지도록 작품을 만들어 회화 형식으로 표현됐지만 미니멀리즘 조각처럼 다른 의미도 같이 살렸다.

심영은 큐레이터는 "서로 연결 시키다 보니까 단순히 회화 작품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공간 흐름을 경험하면서 마치 미니멀리즘 조각을 보는 듯 작품을 보면서 연결성을 이해하게 된다"며 "회화작품 자체가 따로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 있는 하나의 오브제로 연결되는 연관성을 가지는 오브제로 만들기 위해서 벽처럼 하얀색으로 칠했다"고 설명했다.

[리안갤러리 제이콥 카세이 개인전 실버 페인팅]


카세이의 이번 신작은 전작인 '실버 페인팅'과 형태상 완전히 다르면서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

'실버 페인팅'은 금속 도금한 것처럼 은색을 입히고 끝부분을 녹슨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벗겨냈다.
관객이 작품 앞에 서서 보면 형태가 조금 비친다. 햇빛이 더 쨍쨍하고 조명이 많으면 더 잘 비친다. 그것은 관객을 회화의 표현적 요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일부로 이런 표면처리를 한 것이다.

관객을 비치게 함으로써 형태를 보이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환영주의 요소가 들어있는 것이다.

신작에서도 미니멀리즘과 함께 환영주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

기존에는 직접적인 빛으로 환영을 만들어 냈다면 신작에서는 캔버스의 변형과 작품의 조합으로 환영을 만든다.

작품을 배열하면 캔버스들의 오목과 볼록 사이에 공간이 생겨나고, 벽과 작품을 구분할 수 없는 색칠로 인해 관람객은 그 공간에서 각각의 형태를 추론할 수 있다.

'빈 괄호'같이 생긴 회화 사이의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무엇을 발견할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퍼즐 조각을 맞춰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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