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진에어 직원과 개미들이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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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05-1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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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허 박탈’ 아니라 ‘책임자 추궁‧재발 방지’ 집중해야

[최윤신 기자 ]


국토교통부가 엉뚱한 방향으로 칼을 빼들었다. 국토부는 최근 대한항공 계열의 LCC(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 여부를 놓고 법무법인 3곳에 법리검토를 의뢰했다.

최근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외국 국적을 가진 채 2010~2016년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재직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은 국내·국제항공운송사업자의 등기임원에서 외국인을 배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조 전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이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현 시점에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등재의 불법성을 지적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간과했다. 또 진에어가 조 전 전무 재직 당시 두 차례의 대표이사 변경과 한 차례의 항공운송사업면허 변경인가를 신청했음에도 이를 적발하지 못하고 인가해줬다.

이를 두고 최근 비판이 일자 국토부가 내부감사를 벌였다. 면허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는 비공개 장관 주재 회의 개최는 내부감사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기회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토부의 행태는 업무태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칼날이 내부가 아닌 밖을 겨누고 있다.

잘못은 기업이 아닌 사람이 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진에어 등기이사에 버젓이 오른 조 전 전무의 잘못이 크다. 또한 이를 몰랐던 이사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진에어에서 묵묵히 본인의 맡은 바 업무를 해온 직원들과 진에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쌈짓돈을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어떤가. 이들에게까지 죄를 묻기는 어렵다.

진에어는 지난해 말 기준 직원 1551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861억9800만원의 임금을 지급했다. 2만4110명의 소액주주가 34.56%의 주식을 나눠가진 상장회사이기도 하다.

항공사에게 면허 취소는 파산 선고와 같다. 만약 진에어에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무고한 이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주주들의 투자금은 바람처럼 사라지게 된다. 반면 정작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토부가 해야 할 일은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검토하는 게 아니다.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책임 있는 이들에게 잘못을 물어야 한다. 또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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