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과 한국의 수출 리스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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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입력 2018-04-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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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수출의존형 성장전략은 한국의 혁신적 성장을 이끌어온 방법이었다. 그동안 수출은 한국의 경제침체를 막는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근래에는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내수(투자+소비)에 비해 상당히 높게 유지되어 왔으나, 2014년 이후 그 상황이 역전되었다.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민간소비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수출은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오가고 있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5년 –0.1% 포인트, 2017년 0.8% 포인트로 투자와 소비의 성장기여도를 하회하고 있다.

환율은 수출품목의 가격을 결정한다. 원·달러 환율이 낮으면(즉, 원화가치가 높으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채산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환율에 상당히 민감하다. 그런데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2018년 4월 들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원화가치는 달러에 대비해서만 강세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엔화에 대비해서도 그렇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원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한국경제가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남북·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원화의 가치가 높아졌다. 더욱이, 보호무역을 내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환율 정책에 대한 부수적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났다. 더욱 긴장감을 주는 요인은 4월 15일 발표된 미국의 환율보고서이다.

미국은 2016년부터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즉, 한국의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2016년 이후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줄곧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평가받아 왔다.
미국은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정책을 세 가지 기준(대미무역흑자, 경상수지흑자, 환율개입)으로 평가한다. 한국·중국·일본·대만 등이 미국의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원화절상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제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확대하여 미국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트럼프의 정책기조 하에서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에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달에 발표된 미국 환율보고서에도 한국이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평가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환율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이에 따라 수출경쟁력 및 수출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리스크가 있다. 더욱이,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크게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 증진 등을 위한 미·중·일 간 환율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증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을 제외한 채 한국의 원화가치만 절상하게 될 경우,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미국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고, 환율의 급변등이 심할 때,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다. 미세조정도 어려워질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수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한·미 FTA 개정 협상과정에서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미국의 압력으로 추가적인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 단계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환율에 민감한 산업들을 중심으로 수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이외에도 품질경쟁력이나 기술경쟁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가격은 거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제품이 주는 본연의 가치보다 가격이 높다고 인식되는 순간 거래가 성사되지 않기 마련이다. 즉,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제품을 본래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싼 제품으로 인식하게 됨에 따라 구매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한·미 FTA 개정 재협상 등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는데, 이에 더해 환율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될 경우, 기업들은 생산을 축소할 것이며, 이는 구조조정과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수출을 위협할 주요 리스크 요인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환율 변동성이 급등하며, 국제유가 기조가 변화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변수와 환율 절상 압력 등은 다양한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성을 높게 만들 것이라고 판단된다.

기업들은 환율, 금리 등의 다양한 환경변화를 진단하기 위한 전담 조직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거시경제 지표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혹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나 외부 민간 전문기관과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환율 급변등 가능성 및 시점에 유의하여 환 헤지 등의 재무관리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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