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 기자의 인슈토크] 보험사 CEO는 왜 보험사 출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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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4-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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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계열사 출신이거나 외부에서 영입한 케이스다. 해당 보험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 CEO까지 오른 인물은 최근 선임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단 한 명 뿐이다.

시야를 넓혀 보험사에서 첫발을 디딘 후 다른 보험사로 이동해 CEO가 된 인물을 꼽아보더라도 31명 중 11명에 불과하다. 손보업계에서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과 권중원 흥국화재 사장 단 두명 뿐이다. 생보업계에서도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정문국 ING생명 사장 등 소수에 불과하다.

대형 보험사로 꼽히는 생보사 3곳과 손보사 4곳의 CEO는 모두 외부 출신이다. 다른 산업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과거 보험사가 위기를 겪으면서 산업자본이나 금융지주 등에 인수·합병된 영향이 크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동방생명 창업주 사망 후 어려움을 겪다 삼성그룹에 편입됐다. 삼성화재도 삼성그룹이 안국화재와 안보화재를 인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창립 이후 이 같은 지배구조 변경을 겪지 않은 보험사는 4~5개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보험사가 인수·합병으로 조직이 변화된 탓에 보험사 출신 인재들은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보험사에서 CEO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군이 극도로 줄어든 것이다.

보험 상품 특유의 긴 호흡도 CEO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보험 상품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임기가 길어야 3년에 불과한 CEO가 참신한 상품을 내놓고 그 성과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신상품 하나에 업계 지형이 단 번에 뒤집혀 CEO 파워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산업·유통업권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보험사 CEO는 타업권 출신이 맡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만들어졌다. 특히 기존의 대형 보험사는 지금까지 구축했던 지위를 단기간에 잃어버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때문에 CEO 선임 과정에서 보험 산업의 전문성을 따지기보다는 그룹 내부의 역학관계 등을 우선시해 인사를 진행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탄생한 타업권 출신 CEO 대부분은 전문성이 낮은 탓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을 유지하는데 치중하게 됐다. 임기 중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관행에 익숙해지려는 CEO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1990년대식 보험 상품 개발과 영업 방식이 되풀이되는 것도 이들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구태의연한 방식이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5년 기준 국내 보험업계는 세계 8위로 성장했다. 국민 1인당 소득 중 보험료 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보험침투도(penetration)는 세계 6위로 유럽 선진국보다 오히려 앞서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의 3저(低) 시대가 가속화되며, 대부분 국민이 이미 보험에 가입한 탓에 신규고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방식에 안주해서는 성장은커녕 생존도 불투명한 시대가 됐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보험 전문가 CEO 탄생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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