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장관님들, 잿밥 탐내지 말고 정책 신경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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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3-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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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문재인 정부가 5일 출범 300일을 맞았다. 지난해 5월 조기대선을 치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경제 분야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1기 내각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기대선이라는 특성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한 채 구성된 1기 내각은 관가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기대가 높았던 1기 내각이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제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된 일인지 장관들은 잿밥에 관심이 있는 눈치다.

이렇다 보니 부처의 핵심 정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위기대응 능력도 상실한 채 사건만 터지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갈수록 심해지는 모양새다.

장관이 조직을 추스르기보다 선거를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니 조직이 잘 굴러갈리 있겠는가.

올 들어 각 부처 장관들의 현장방문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는 것은 관가 내부에서도 수긍하는 대목이다.

사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장관들의 엉덩이가 들썩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장관직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부분도 이해한다.

그러나 관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비한 장관들의 움직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기대선 후 진용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에 뛰어들겠다며 조직에 등 돌린 장관을 어느 공무원이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인가.

특히 현재 장관들은 공무원을 ‘적폐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몇몇 장관들은 취임하자마자 인사 칼자루를 쥐고 조직을 흔들어 놓고 있다. 통상적으로 장관 임기가 2년 이상이더라도 문 정부 1기 내각의 공직사회 흔들기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있다.

문 정부가 표방하는 소통 창구는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호하다. 장관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니 공무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홍보는 많이 하는데 실속이 없다는 얘기다. 정책 완성도도 떨어진다. 업무 중요도를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니 중구난방이다.

‘자중지란(自中之亂)’. 같은 편 사이에서 일어나는 혼란이나 난리라는 의미다. 현재 문 정부 1기 내각 분위기에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로 봐도 무방하다. 장관들은 공무원을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에 나가기 위해 또는 자신의 경력을 쌓기 위해 장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문 정부 1기 내각은 이미 실패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문 정부는 일자리에서 먼저 구멍이 생겼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일찌감치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책임감 없는 처사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스스로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맡긴 중책이다. 헌신짝처럼 버리려면 애초에 일자리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지 말았어야 했다.

일자리위원회뿐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정치인 출신 장관을 모시는 터라 언제 출마를 선언할지 좌불안석이다. 이렇게 되면 문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예상보다 잠잠하다. 그런데 주변에서 놔두지를 않는다. 부산에는 캠프까지 구성될 정도로 적극적이라는 소문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묵묵부답이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노골적이다. 선거 출마 의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자신이 왜 농식품부 장관에 선임됐는지, 그 위치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 같다.

선거 유혹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특히 부처 장관들은 주변에서 끊임없이 출마를 부추긴다.

출마를 선언한다고 욕하면 감수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떠나면 잊히는데 잠깐의 수모는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장관들은 자중하길 바란다. 문 정부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1기 내각의 첫 단추가 제대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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