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스터 런민비’…저우샤오촨 3월 양회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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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2-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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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 인민은행 총재 재임…남긴 유산들

  • 달러 페그제 폐기, 위안화 국제화 추진 등

  • 부채급융, 금융리스크 책임 여론도

  • 후임자 '개혁가' 궈수칭, '공산당 충신' 장차오량 물망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사진=신화통신]


내달 '미스터 런민비' 저우샤오촨(周小川)이 중국 인민은행을 떠난다. 저우샤오촨은 2003년부터 15년간 인민은행 총재로 재임하며 중국 최장수 인민은행 총재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재임 기간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저우 총재의 퇴임은 지난 1월 관영 신화통신에서 발표한 제13차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전국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제외되며 확실해졌다. 이로써 중국 고위직 정년을 이미 훌쩍 넘김 저우 총재는 내달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퇴임할 예정이다.

◇중국 경제성장 '1등공신'

“그가 남긴 유산을 알고 싶다면 중국 경제를 살펴보면 된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내린 저우 총재에 대한 평가다. 신문은 중국 경제 번영을 위해 저우 총재만큼 기여한 인물이 없다고 전했다.

저우 총재가 취임할 2002년은 중국이 이제 막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로, 경제규모도 영국보다 작았다. 15년이 흐른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경제 주요 2개국(G2)이 됐다. 중국 경제 고속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뒷받침된 덕분이기도 하다.

저우 총재는 금융시장 개혁도 추진했다. 그는 취임 후 위안화 환율 개혁 작업부터 착수했다. 이로써 중국은 2005년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관리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은행권 금리 자유화도 추진하며 예금·대출 금리와 채권·어음 금리 상·하한선을 단계적으로 철폐했다.

그는 중국 금융시장 대외개방도 밀어붙였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2015년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도 성공시켰다. 저우 총재에겐 ‘미스터 런민비’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사실 인민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선진국 중앙은행과 달리 독립적인 정책 결정권이 없다. 중국 통화정책의 최종 권한을 쥔 건 사실상 국무원이나 당중앙재경영도소조다. 그럼에도 저우 총재는 중국 당국의 금융·환율 통제 기조 속에서도 친시장적 행보를 통해 중국 금융 개혁개방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코노미스트지가 그를 "중국적 표준 아래 충성스런 경제자유주의자"라고 묘사한 이유다. 

◇ "부채 급증 막지 못해" 비판 여론도

하지만 저우 총재에게는 중국의 부채 급증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이를 의식한 듯 저우 총재도 은퇴를 앞두고 중국 금융 리스크에 경고음을 냈다.

저우 총재는 지난해 10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중국 기업의 부채가 과도한 만큼 이를 줄이고 금융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11월엔 인민은행 웹사이트를 통해 "금융 시스템적 리스크가 발생하는 걸 막아야 한다"며 "블랙스완(발생 확률은 극히 낮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요인)은 물론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도 예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우 총재가 그동안 추진한 위안화 국제화도 최근 해외 자본 이탈 속에 후퇴하는 모양새다. 2016년 중반부터 위안화 하락과 자본유출을 경계한 당국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등 자본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이에 저우 총재는 지난해 10월 현지 경제매체 재경(財經)과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자본계정에 대한 통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후임자는 개혁가냐, 공산당 충신이냐

저우 총재 재임기간 인민은행 총재 지위가 15년 전보다 훨씬 강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차기 인민은행 총재 영향력은 저우 총재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경제·금융 개혁 정책을 챙기는 과정에서 인민은행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개혁을 진두 지휘할 '수퍼 금융감독기관' 금융안정발전위원회(금안회)도 지난해 출범했다. 금안회는 인민은행 상위기구로, 시 주석의 중학 동창이자 ‘경제브레인’인 류허(劉鶴)가 금융경제 부총리직과 함께 금안회 수장을 겸직할 예정이다.

어찌됐든간에 저우 총재의 후임자는 은행권 신용대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질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차기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 금융시장의 위험을 차단하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금융개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저우 총재의 후임으로는 궈수칭(郭樹淸)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과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성 당서기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궈 주석을 ‘개혁가’로, 장 서기를 ‘당의 충신’으로 묘사했다.

‘개혁파 관료’로 분류되는 궈 주석은 그 동안 인민은행 부행장, 중국건설은행 회장, 국가외환관리국(SAFE) 국장,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 주석, 산둥(山東)성 성장 등을 역임한 자타공인 금융전문가다. 지난해 2월 은감회 주석 취임 한달여만에 은행권 금융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한꺼번에 쏟아내자 중국 현지 언론들은 '궈씨 돌풍'이 은행권에 불고 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교통은행, 농업은행 등 중국 국유은행 수장을 역임한 장 서기는 지난해 10월 후베이성 서기로 승진했다. 시진핑의 최측근 인사인 왕치산(王岐山) 인맥으로도 분류되는 그는 철저한 공산당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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