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

지난달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정 규모 자산이 넘는 상장사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방식에서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 핵심은 '3%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기존 대주주 중심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던 관행에서 탈피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번 개정은 감사위원이 기업의 내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한 새로운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 어떤 과제들이 필요할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감사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 확보가 필요하다. 주총을 앞두고 급하게 후보를 선정하거나 경영진 의중에 맞춘 선임은 이제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감사위원 후보군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추천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둘째, 감사위원의 재무·회계 전문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재무제표, 내부통제를 포함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재무 리스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감사위원 자격에 재무·회계 전문성을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감사위원의 재무 전문성은 기업이 당면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감사위원회가 재무와 리스크 관리의 감시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이 이에 맞는 지원과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 감사위원은 단순히 형식적인 보고를 받는 자리가 아니다. 경영의 중요한 재무 이슈와 리스크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위원회가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경영진과 건설적인 협의를 이어갈 수 있는 투명하고 용이한 정보 공유와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제조업 중심의 상장사인 경우 금융권의 사례를 적극 참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금융회사가 감사위원 후보군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추천 경로를 다양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이 모범규준을 충실히 이행하며 감사위원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대응도 필요하다. 주주 반대나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감사위원 선임이 무산되는 경우, 감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지배구조 공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기업은 예비 후보군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상법 개정은 기업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한 단계 끌어올릴 좋은 기회라고 판단된다. 감사위원회를 통해 기업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법 준수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해 기업은 이행 요건이 아닌, 전략적 과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기업들은 감사위원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감사위원의 역할과 권한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사회 환경과 기업문화를 정비해야 한다. 감사위원이 거버넌스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기업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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