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트럼프 강달러 지지 못 믿어'..무역전쟁 경계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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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1-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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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의 달러 약세 선호 발언을 뒤집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强)달러 지지 발언에도 불구하고 달러지수는 하루 만에 반락하는 등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삼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가장 먼저 외환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것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달러 약세를 환영한다"며 "트럼프 정권이 지향하는 무역 확대 정책과 관련, 미국의 무역 및 기회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는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파로 주요 1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급락하면서 24일 근 3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집계했다.

미국 재무 수장이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했다는 해석 속에서 즉각 세계 통화당국은 반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을 "환율전쟁을 막기로 한 국가 간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궁극적으로 강달러를 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약(弱)달러 논란 수습에 나섰다. 므누신 장관도 앞선 발언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됐다"면서 강달러 지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달러지수는 일시적으로 1% 급반등했다.

그러나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달러지수는 26일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주간 기준 7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개선을 거듭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TD증권의 마크 매코믹 외환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실히 알게 됐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입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등 보호무역을 한층 공고히 하는 가운데 달러까지 무기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달러 약세는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무역적자를 줄이고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자산에 대한 해외 수요를 위축시키고 통화전쟁을 촉발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던 무역적자 타개라는 경제정책 기조에 부합한다는 해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과 공격성 때문에 주요 경제국들 사이에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의 추가 하락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에 따르면 스탠더드뱅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현상이 무역갈등 고조 속에서 달러가 하락하던 1980년 말과 1990년대 초와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는 대상이 과거 일본에서 현재는 중국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와 상황이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추가적인 달러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금융사 크레디아그리콜의 데이비드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 더 강화될 위협이 있다"면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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