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밥바룰라' 연기 경력 207년, '시니어벤저스'의 배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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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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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영화 '비밥바룰라'의 배우 윤덕용, 신구, 박인환, 임현식[사진=영화사 김치(주) 제공]

연기 경력 도합 207년. 그야말로 한 ‘세대’를 상징하는 배우 박인환(73), 신구(82), 임현식(73), 윤덕용(76)은 한평생 연기를 펼쳐온 중견 배우다. 주인공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할아버지 역할로 변화하기까지 긴 세월을 겪어온 이들은 영화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를 통해 또 한 번 작품의 중심으로서 온전히 활약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아버지가 가슴 속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욜로 라이프’를 그린 휴먼 코미디. 노인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박인환은 암에 걸린 뒤 ‘욜로 라이프’를 지향하게 된 영환, 신구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순호, 임현식은 쾌활한 성격을 가진 모태솔로 현식, 윤덕용은 말 못 할 사연으로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덕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근 아주경제는 영화 ‘비밥바룰라’의 주인공인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노인 배우로서의 삶과 연기,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다음은 ‘시니어벤저스’ 배우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과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영환 역을 맡은 배우 박인환[사진=영화사 김치(주) 제공]


영화 ‘비밥바룰라’만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임현식: 할아버지 네 명이 나오지 않나. 아마 70세를 넘은 노인 네 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은 없을 거다. 우리가 살아가는 내용을 보여주는데 작품의 독특함은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영화 ‘비밥바룰라’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볼 수 있는 영화지 않나. 자극적이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같다
박인환: 그렇다. 최근 아내와 ‘범죄도시’를 봤는데 무지하게 충격을 받았다. 영화의 절반이 치고받고 거기다 도끼로 팔을 자르기까지 하는 거다. 이렇게 자극적인 영화들을 관객들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현실도 어려운 일이 많은데 영화는 따듯하고 사람 냄새 나는 것들을 쟁이들이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인으로 하여금 ‘그래도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는 괜찮아’, ‘나도 본받고 싶어’,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내내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시리즈화에 대한 욕심도 있는 것 같다
박인환: 난 암에 걸린 역할이라 못 나올 것 같은데.
임현식: 20년 전을 회상하는 작품으로 나오면 되지! 20년 젊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신구: 분장사가 애를 먹겠군!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순호 역을 맡은 배우 신구[사진=영화사 김치(주) 제공]


영화 ‘비밥바룰라’ 전에도 친분이 있었나?
임현식: 그렇지는 않았다. 프로그램을 같이한 적이 없었다.
신구: 같은 작품을 여러 번 하지 않는 이상 친분이 쌓이긴 어려운 것 같다.

극 중 임현식의 ‘비밥바룰라’ 열창 신이 인상 깊었는데
임현식: 극 중 현식이 부르는 ‘비밥바룰라’는 우리가 청소년일 당시 나온 노래다. 교복을 입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기도 했는데 최대한 그 곡을 가지고 영화의 주제곡인 것처럼 애썼다.

영환부터 순호, 현식, 덕기 캐릭터는 실제 배우들의 모습이 반영된 캐릭터라던데?
박인환: 평소 모습이 거의 들어간 것 같다. 연기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작품에 옮겨놨다고 볼 수 있다. 옆에서 지켜본 임현식 씨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고, 신구 선생님은 진중한 성격이시다. 다만 저는 영환처럼 선동하거나 리더십이 있는 타입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나 적극적으로 친구들을 이끌었던 거지.

여자 노인에 비해 남자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적었던 것 같다
신구: TV의 경우는 더 그렇다. 우리 연배의 여배우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남자 노인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많지 않지.
박인환: 그게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닐까? 할머니들은 가정에서도 역할이 있지 않나. 손주들도 봐주고 집안일도 도와주고…. 그에 반해 할아버지들은 하는 일이 없잖아! 그러다 보니 이야기로도 쓸 수가 없는 거지.
신구: 드라마·영화계에 변화가 오기도 했다. 우리 젊을 땐 남자 작가들이 많아서 사극이나 대작들을 많이 썼거든. 지금은 여자 작가들이 더 많은 데다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다 보니 남자 노인 배우들을 쓸데가 없는 거지.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덕기 역을 맡은 배우 윤덕용[사진=영화사 김치(주) 제공]


연기 경력만 도합 207년이다. 연기하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도 중요할 텐데
박인환: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즐긴다. 일주일에 2~3일은 테니스를 즐기고 동네 운동장을 걷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도 열심히 마신다. 하하하. 생활이 단순한 편인데 건강 체크를 하면 괜찮은 편이다.
임현식: 저는 시골에서 살고 있어서 남들보다는 조금 더 많이 걷는 것 같다. 반복되는 운동은 없다. 친구들과 둘레길을 걷는 것? 그게 나름의 운동이다.
신구: 저는 타고나기를 건강하게 태어났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거지. 하하하. 환경에 맞는 운동을 하려고 한다. 체육관도 다니고, 산책로를 걷기도 한다.
윤덕용: 건강관리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젊었을 땐 나보다 좋은 배역을 가진 배우들을 질투하고 시기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을 모두 내려놓게 되었다. 그게 제일 좋은 건강관리인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해서 상당히 건강해짐을 느낀다.

배우에게 연륜이 쌓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신구: 나이 들수록 젊은 역이 멀어지는 거지. 하지만 곧 어떤 내공이랄까? 원숙해지는 맛은 있는 것 같다. 어느 게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늘 주인공만 하던 친구들은 나이 먹는 것이 씁쓸하겠지.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현식 역을 맡은 배우 임현식[사진=영화사 김치(주) 제공]


배우로서의 만족도는 어떤가?
신구: 저는 다른 걸 해본 적이 없다. 이것 말고는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연기를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사실 ‘이걸 하지 않고 다른 걸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못 하겠다.

이제 곧 ‘비밥바룰라’가 개봉한다. 개봉을 앞두고 예비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임현식: 관객들이 100만 명만 찾아줘도 이런 노인 영화가 많이 나올 텐데. 우리가 열심히 하면 100만 관객은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래도 100만은 엄청난 숫자인 것 같네.
박인환: 좋다,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텐데.
임현식: 혹시 알아? 우리가 노인 영화로 한류 바람을 일으킬지!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의 가냘픈 마음이다. 작품을 작품답게 잘 해서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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