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 스마트시티, 암전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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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미국)유진희 기자
입력 2018-01-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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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벤션센터 정전, 일부 전시장 폐쇄··· LG·소니의 AI는 질문에 '무반응'

  • 인텔, 제품결함 사과로 기조연설··· 미래기술 통제력 중요성 부각된 자리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스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8'이 대회 이튿날인 10일 오전 11시 15분쯤 정전 사태로 인해 일시 폐쇄됐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유진희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열린 세계 첨단 기술 경연의 장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8'이 곧 다가올 미래도시 ‘스마트시티’의 명암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올해 행사의 공식 슬로건인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에 걸맞은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5G(5세대 통신서비스) 등의 신기술과 신제품은 인간의 미래에 분명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의 한계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정전되자 스마트시티 ‘암흑도시’로
행사 두 번째 날인 10일 오전 11시 15분쯤 'CES 2018'의 메인 행사장인 ‘컨벤션 센터(LVCC) 내 센트럴홀’의 전기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일부 전시장이 일시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센트럴홀은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 메이저 가전업체들이 대부분 전시공간을 마련한 곳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물론 전시장 내 대부분 업체들의 행사 중 사람들을 내보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전시장 내 시설은 물론 인터넷 등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행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시티’가 일순간에 ‘암흑의 도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주최 측도 전기 공급이 복구될 때까지 행사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진행요원들에게 관람객들을 모두 전시장 밖으로 안내하도록 하면서 출입을 통제했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일부 정전이 있었으나 전력업체인 '네바다 전력'으로부터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원인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전시장에 참가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사실상 전기 없는 스마트시티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이 같은 시대가 도래했을 때 정전이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였는데 도로 위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끔찍하다”며 “미래의 기술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통제가 되지 않을 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9일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있다. [사진=인텔 제공]


◆인텔 기조 연설자···대회 첫날부터 ‘반성문’ 읊어
이 같은 악재를 예고하듯 지난 9일 'CES 2018' 개막 기조연설에 나선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최고경영자)의 첫 마디는 자사 제품의 결함 인정과 재발 방지 약속이었다. 자사 스펙터 CPU(중앙처리장치) 결함 등이 확인되면서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인텔과 AMD, ARM 등 칩 제조업체들이 만든 프로세서에 영향을 미치는 결함을 악용하려는 해킹 시도는 아직까지 없었다"며 "다음주까지 지난 5년간 생산된 프로세서의 90%를, 나머지 10%는 이달 말까지 우려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CES 2018' 소니 부스에 엔터테인먼트 로봇 '아이보(aibo)'가 전시돼 있다. [사진=소니 제공]


◆대답 없는 너 'AI'
AI도 아직까지 통제 가능한 범위의 기술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일부 AI를 적용한 제품들이 이번 CES가 시작되기 전부터 말을 듣지 않더니 지속적으로 말썽을 일으켰다. 일례로 행사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LG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로봇 '클로이(CLOi)'는 무반응에 가까웠다.

이날 데이비드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클로이에게 몇 차례 질문을 던졌으나 답하지 않은 것.

당시 반더월은 “로봇도 기분이 별로일 때가 있다”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했으나 LG전자 측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LG전자 측은 와이파이(WiFi) 기반 특성상 로봇 클로이가 행사장의 통신 과부하로 연동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니의 인공지능 로봇 '아이보(Aibo)'도 마찬가지였다. 1999년 처음 출시된 아이보는 2006년 단종된 이후 지난해 10월 부활된 강아지 로봇이다. 소니 카즈오 히라이 CEO도 지난 8일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면서 자사의 AI, 로보틱스,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기술을 융합한 애완로봇 아이보를 공개했다.

이날 히라이 CEO는 "아이보는 앞으로 구입이 가능한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연을 통해 몇차례나 아이보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도 "아이보가 내 말을 무시했다"며 농담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소니 관계자는 "아이보가 평소 자주 놀아주던 사람에게 더 잘 반응한다"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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