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S 아주경제 - 아주 잘 정리된 디지털리더 경제신문

검색
5개국어 서비스
실시간속보

[뉴스포커스] 친부모 아동학대, 더 이상 외면해선 안돼

조현미 기자입력 : 2018-01-11 03:00수정 : 2018-01-11 03:00

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내가 딸을 살해하고 산에 유기했다.”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밤 속보 하나가 떴다. 같은 달 8일 전북경찰청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다섯 살배기 고준희양을 스스로 죽였다는 아버지인 고모씨의 자백이었다. 준희양 실종 사건이 알려진 후 많은 사람이 무사하길 기원했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북 전주에 살던 준희양은 임신 6개월째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몸에 필요한 갑상샘호르몬이 부족한 갑상샘저하증을 앓고 있었다. 평생 치료가 필요한 병이지만 친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살던 내연녀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대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준희양은 계속된 학대로 지난해 4월부터는 스스로 걷지 못하고 기어 다닐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 하지만 친부는 같은 달 25일 준희양을 발로 짓밟아 숨지게 하고, 수건으로 덮은 뒤 내연녀 어머니와 함께 군산의 한 야산에 파묻었다. 봄에 세상을 떠난 준희양 사망 사실은 추위가 한창인 지난달 말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숨진 지 8개월이 지나서다.

부모 학대로 어린 자녀가 목숨을 잃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월 당시 7살이던 신원영군은 3개월간 아버지와 계모의 폭행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숨진 뒤 야산에 암매장됐다. 같은 해 남자 어린이 시신이 부모집 냉장고에서 나왔다. 아버지의 폭행과 방치로 사망한 이 어린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이미 숨졌고, 친부모가 냉장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아동학대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6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 의심 신고건수는 2013년 1만3076건에서 2014년 1만7791건, 2015년 1만9214건, 2016년에는 2만9674건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아동학대 판정건수도 2013년 6796건에서 2014년 1만27건으로 1만건을 넘어선 데 이어 2015년 1만1715건, 2016년엔 1만8700건으로 늘었다.

학대 가해자와 장소는 이번 사건처럼 부모가 집안에서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6년 기준 아동학대를 한 사람의 80.7%가 부모였으며, 82.2%가 가정에서 일어났다. 목숨까지 앗아간 아동학대 가해자도 부모가 86.0%로 가장 많고, 이 가운데 72.0%는 친부모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어린이가 부모 손에 숨지는 것이다.

아동학대가 늘자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동학대 조기발견에 나섰다. 이 법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된 아이가 입학하지 않거나 2일 이상 이유 없이 결석하면 교장이 학부모에게 경고하고, 반복되면 읍·면·동사무소나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준희양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아이들을 제대로 감시할 장치가 없다. 2016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미취학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대응 매뉴얼’을 내놓았다. 아동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이틀 이상 무단으로 빠지면 거주 가정을 찾아가고, 여기서도 행방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 신고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권고일 뿐이어서 강제성이 없다. 실제 준희양은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지만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정부 차원에서 아동학대 감시체계를 보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낮은 출산율을 탓하기 전 태어난 아이부터 잘 지키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강력한 감시망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훈육을 핑계로 이뤄지는 체벌이나 정서학대, 방임이 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신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티즌 의견

0개의 의견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0자 / 300자
포토다이어리
사진으로 보는 오늘의 세상
뉴스스탠드에서 아주경제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