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없는데 독자는 6000만명, 기업가치 15조원…중국 신매체 진르터우탸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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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1-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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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관심사 분석한 AI 알고리즘이 뉴스 배치하는 '유통의 대박'...콘텐츠는 외부서 가져와

  • 잦은 불량 콘텐츠 노출 이후 대대적 검열 나서기도

[사진=진르터우탸오 홈페이지]


"당신의 관심사가 오늘의 헤드라인이다." 중국 언론사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의 슬로건이다. '오늘의 헤드라인'이라는 의미의 진르터우탸오(이하 터우탸오)는 지난해 가장 주목 받은 기업 중 하나다. 중국의 IT 공룡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후발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일일 독자 6000만 명, 연매출 2조 원, 기업 가치 15조 원. 창립 5년만에 터우탸오가 이뤄낸 성과다. 2016년 기준으로 터우탸오의 누적 이용자는 6억명을 넘었다. 무려 13억 중국 인구의 절반 가량이다. 고사 직전의 상황에 놓인 미디어 업계 전반의 위기 속에서 터우탸오가 눈부신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기자, 편집자 등 전통적 직군의 인력 대신 엔지니어가 그 자리를 채웠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뉴스 편집도 AI의 시대

터우탸오의 독자에게 신문은 필요 없다. 매일 아침 인공지능 집사가 뉴스로 밥상을 차린다. 뉴스 가치를 판단하고 지면이나 웹에 배치하는 전통적 의미의 편집자는 터우탸오에 없다. AI 알고리즘이 온전히 편집자를 대신한다. 기준은 단순하다. 오로지 독자의 관심사다.

터우탸오는 독자가 자주 읽은 콘텐츠를 통해 그의 기호와 취향을 분석한다. 웨이보, QQ 등 독자의 SNS 이용 내역도 동원된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먼저 큐레이션하는 것이다. 파워블로거가 쓴 기사가 홈페이지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한다. 다른 언론과 달리 웹페이지 스크롤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걸러진 콘텐츠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수시로 '푸시'된다. 볼 만한 콘텐츠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떠먹여 주는 셈이다. 정보가 흘러 넘치는 시대의 이용자들에게 누구에게나 똑같은 푸시 알림은 소음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터우탸오는 철저히 개인의 수요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푸시를 엄선된 정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사진=타오탸오 홈페이지]


◆"자체 기사 0"

기자도 없다. 터우탸오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는 기자가 아니라 4800개 이상의 콘텐츠 회사, 64만 명의 1인 미디어, 수십만 개에 달하는 기업·단체다. 기사 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동영상, 보도자료까지도 다룬다. 이들은 매일 28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한다. 터우탸오와 제휴를 맺은 곳 중에는 세계레슬링연맹도 있다.

단순히 플랫폼만 열어놓은 것은 아니다.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터우탸오는 지난해 12월 12억 위안(약 1970억 원) 규모의 제작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 지원이다. '천인만원(千人萬元)' 프로젝트를 통해 1인 제작자 중 1000명을 선정해 매달 1만 위안(약 164만 원)을 보조하기도 한다.

확장성 또한 꾸준히 늘리고 있다. '터우탸오 창작 공간'을 만들고 스타트업 업체에 투자하는가 하면 인도 최대의 콘텐츠 플랫폼 데일리헌터, 미국 모바일 영상 제작 업체 플리파그램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터우탸오, 공룡 될 수 있을까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 당국과의 갈등 때문이다. 콘텐츠 생산은 물론 편집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 특유의 방침으로 인해 불량 콘텐츠 노출이 잦아지고 있다. 성인 포르노나 폭력, 테러리즘 관련 영상이 AI 알고리즘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버젓이 유통되기도 한다. 이에 베이징 정부는 지난해 4월과 12월 터우탸오에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국의 압박을 받은 터우탸오는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다. 지난해 1000개 이상의 계정을 정지시키는가 하면, 지난 3일에는 편집자 2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해당 공고는 공산당원을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이밍 터우탸오 CEO는 "우리는 뉴스를 전달하는 우체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콘텐츠 관리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인해 터우탸오만의 특색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체부가 편지를 뜯어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누가 우체국에 편지를 맡길까. 5년간의 승승장구 끝에 터우탸오가 맞닥뜨린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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